“의사를 살인범 취급하지 말라”···1만2000명 의사 도심 시위

11일 오후 대한문 앞에서 주최측 추산 1만2000명 시위
의협 "예상치 못한 결과 나왔다고 형사책임 물으면 어느 의사가 자유롭나"
  • 등록 2018-11-11 오후 3:46:06

    수정 2018-11-11 오후 5:33:34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고의성이 없었음에도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며 의사들에게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세계 의사 중 누가 그 책임에서 자유롭겠습니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1일 오후 2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 3명에게 형사처벌을 내렸다”며 “온몸을 던져 의술을 시행하고 있는 의사들을 도둑·살인범 취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들이 거리에 나선 것은 ‘문재인 케어 철폐’를 외치며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개최한 제1·2차 전국의사 총궐기 대회에 이어 세 번째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에 1만 2000명이 모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사들은 각자 깃발과 피켓을 들고 “진료의사 부당구속 국민건강 무너진다”, “방어적인 진료조장 사법부가 책임져라”며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이번 집회는 지난 2013년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A(8)군이 횡격막탈장으로 인한 혈흉으로 사망한 사고에 대해 법원이 A군을 진료한 의사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한 것을 두고 항의하는 차원에서 열렸다.

이에 의협은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하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이제 모든 의사들의 진단 자체가 당장 구속될 수 있는 형법상 범죄가 될 수 있다”며 “ 의사들의 자존과 명예·전문성은 판사의 판단으로 칼질 당하여 파멸에 이르게 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철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횡격막 탈장으로 사망한 환아의 명복을 기원한다”면서도 “다쳤다는 얘기도 없이 배가 아프다고 응급실에 온 환아를 보고 어느 의사가 횡격막탈장을 진단할 수 있단 말이냐”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어 “희귀한 증례는 어느 의사도 쉽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힘든 법”이라며 “예상치 못하고 좋지 않은 결과만 나온다고 의사를 구속한다면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덕철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은 “응급실은 예기치 않은 상황과 흔치 않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과정이 발생하는 전쟁터 같은 곳”이라며 “고의성이 없는 진료 과정의 결과에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 의료인을 죄인으로 구속시키는 것은 의료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의협은 △안전한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9·28 의정합의문 일괄 타결 △의사의 진료선택권 인정 △저수가 해결 및 심사기준 개선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등 5종 의과 의료기기 사용 및 건강보험 적용 불가 등을 요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전국의사 총파업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실행시기와 방식의 결정은 의협 집행부에 전권 위임한다”며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 앞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메시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A군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수원지법 성남지원 선의종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모(42·여)씨에게 금고 1년 6개월, 송모(41·여)씨와 이모(36)씨에게 각각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나 이들 3명은 지난 9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X-레이 사진에 나타난 이상 증상은 애매한 수준이 아니라 명백한 편이었고 사진에 나타날 정도의 흉수라면 심각한 질병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상 증상을 인식했을 경우 적극적인 원인 규명과 추가 검사로 이어졌을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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