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한국군 대장이 미군 지휘…장성 인사·교육 시스템 바뀐다

  • 등록 2018-11-03 오후 6:03:36

    수정 2018-11-03 오후 6:12:0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올해 50주년을 맞은 SCM(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은 한·미간 동맹 발전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연례 안보 협의체입니다. 북한의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1968년 ‘국방각료회의’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습니다. 1971년 제4차 회의 때부터 양국 외교 대표도 참석하는 정부 차원의 안보 회의체로 격상되면서 명칭이 지금의 SCM으로 변경됐습니다. SCM은 1977년 제10차 때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을 결정했고 이듬해 실제 연합사가 창설됐습니다. 1978년에는 한·미 합참의장 간 협의기구인 한·미 군사위원회(MCM)도 설치됐습니다. 이에 따라 양국 통수권자의 지침을 SCM→ MCM→ 한미연합사를 통해 구현하는 연합방위체제가 구축된 것입니다.

50주년 SCM, 전작권 전환 관련 4개 전략문서 승인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0차 SCM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환수)을 위한 중요한 회의였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번 SCM에서 전작권 전환 관련 4개의 전략문서에 합의했습니다.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된 후에도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유지·발전시키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이번에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승인한 문서는 △연합방위지침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 기본문 수정 1호 △미래지휘구조 기록 각서(MFR) 개정안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간 관계 관련 약정(TOR-R) 등 입니다.

이중 연합방위지침은 총 9개 조항으로 돼 있습니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계속 주둔하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이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대한민국에 대한 외부 침략을 억제하고 억제 실패 시 방어하기 위해 한미 연합군사령부와 예하 연합구성군사령부(육·해·공군 사령부 및 해병대·특수전사령부)를 편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합군사령부 사령관은 한국군 4성 장성이 맡고, 미군 4성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는 형태입니다. 현재의 한미연합사는 미군 대장(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맡고 한국군 대장은 부사령관인데, 이 지휘관계가 바뀌는 것입니다. 단, 사령관과 부사령관을 한·미 대장이 바꿔 앉아도 참모조직은 현재의 한미연합사와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는게 국방부 설명입니다.

이같은 미래 연합군사령부 구성은 한국군이 자타 공인 세계 최강 군대인 미군을 지휘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미군이 동의했다는 평가도 가능합니다. 다른 나라 군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이른바 ‘퍼싱 원칙’을 관례로 하고 있는 미군이 지휘권을 한국군에게 넘겼다는 것은 그만큼 이례적입니다.

한국군 사령관·미군 부사령관 연합사 구성 합의

그러나 더 눈여겨 볼 대목은 한국군 대장의 한미연합군 사령관 임명이 우리 군 인사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한국군 장교의 인사 체계는 해·공군의 경우 사관학교 기수 순서대로 진급하는 형태였습니다. 중장급 이상 인사가 소수라 대장(참모총장) 진급자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습니다. 육군의 경우에도 진급 대상자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대장 진급자들이 육군참모총장과 1·3야전군 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자리를 나눠 갖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을 지휘해야 하는 사령관(대장) 자리는 지금처럼 나눠주기식 인사가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대장까지 오른 한국군 장성이라고 해도 세계 최강인 미군과 전략·전술에서 현격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전시 경험 자체도 다릅니다. 한국군 지휘관이 미군까지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국방장관은 최적임자를 뽑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인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선택된 한미연합사령관이 다시 합참의장(군령권)이나 총장(군정권)으로 옮길 수 있는 ‘요직’이 될 경우 모든 장군들은 연합사령관이 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려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군 양상을 위한 교육 제도 역시 자연스럽게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한·미 국방장관은 이번 SCM에서 한국군 주도의 미래 연합지휘체계를 검증하기 위한 기본운용능력(IOC) 평가를 내년에 시행키로 했습니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같은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을 통해 한국군 지휘관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검증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휘관은 2주간의 훈련 기간 내내 전쟁의 스트레스와 싸우며 승리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예하 부대에 지시해 역량을 검증 받아야 합니다.

1단계 기본운용능력 검증 이후에는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이 이뤄집니다. 미군에 의존했던 기존과는 달리 한국군 주도로 연합 작전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우리 군 지휘관들의 전투 능력은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작권 전환이 한·미 군사동맹을 약화시키고 전쟁 억지력을 저하시킨다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현재의 비대한 행정 중심 군에서 전투 중심의 새로운 군대로 한국군이 탈바꿈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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