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에 '백스페이스' 실어보려했던 심재철, 되레 역풍..."이게 나라냐"

  • 등록 2018-10-10 오전 8:46:54

    수정 2018-10-10 오전 8:53:0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비인가 예산정보 접근·유출 논란에 휩싸인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양 저유소 화재의 원인이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으로 밝혀지자 “이게 나라냐”고 비난했다.

심 의원은 지난 9일 트위터를 통해 “고양 기름탱크는 풍등에 뚫리고 재정정보망은 백스페이스에 뚫렸다”며 이같은 글을 올렸다.

그러자 누리꾼 다수는 댓글로 “풍등 날린 스리랑카인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신청됐는데, 정부망 해킹한 사람은 아직 이러고 있다”, “백스페이스 몇 번… 그게 해킹이다”, “부실한 나라가 되도록 당신이 기여했고, 이제 나라다운 나라가 돼가는데 당신이 훼방 놓고 있다”, “숭례문 열려있다고 불내도 되는 거냐? 애초에 뚫은 시도가 잘못됐다”라고 응수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스리랑카 국적의 A(27) 씨가 날린 풍등이 저유소 휘발유탱크 옆 잔디에 떨어지며 불이 붙었고, 이 불씨가 저유탱크 환기구를 통해 들어가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잔디에 불이 붙고 폭발이 있기 전까지 18분간 대한송유관공사 측에서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찰이 공개한 CCTV에서 A씨가 저유소 쪽으로 날아가는 풍등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고양경찰서)
심 의원은 이를 자신의 상황에 빗대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디브레인)에 ‘백스페이스 키 두 번’을 눌러 우연히 접속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경제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10년 이상 운영했고 아이디 발급자가 1400여 명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백스페이스 두 번 치는 것까지는 어쩌다 있을 수 있지만 그 이후 5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 중에 용도지정을 하게 돼 있다”며 “오랫동안 사용한 분들 입장에서 보면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게 분명히 나타나 있어, 문이 열려 있거나 허술하게 잠겨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고의성에 무게를 실었다.

유영민 과학기술부 장관도 “심 의원 보좌진이 고발됐기 때문에 위반 여부는 검찰에서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접근권한이 없고 인가되지 않은 쪽에서 접근해 자료를 내려받은 경우, 상대방에게 공유한 경우 모두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킹으로 판단해 고발한 게 맞나”라고 묻자 “그렇게 판단해서 고발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고양 저유소 화재사고 피의자인 A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소명 부족을 이유로 돌려보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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