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건 알아야해]중국과 인공강우 협력, 현실성 있나

“中과 미세먼지 대책 실질협력…인공강우 기술교류”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실험시기 예단할 수 없어
작년 직접 건의했지만 해 넘도록 중국 답변 안 와
비를 뿌리는데 성공해도…서해먼지 저감효과는 ‘글쎄’
  • 등록 2019-03-09 오전 7:11:24

    수정 2019-03-09 오전 7:51:09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 공조방안을 구체적으로 지시했습니다. 6일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과 울산 단 2곳을 제외한 15곳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한창 시행 중이던 날입니다. 서울·인천·경기·세종·충남·충북은 사상 처음으로 6일 연속 발령됐으며 비상저감조치 시행 시·도가 1일 8곳, 2일 7곳, 3일 7곳, 4일 9곳, 5일 12곳, 6일 15곳으로 계속 늘면서 국민 불만이 고조되던 시기였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해법은 △기술협력을 통한 공동 인공강우 실시 △비상저감조치 공동 시행 △공동 미세먼지예보시스템 운영 등 세 가지입니다. 모두 중국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들입니다. 바로 그 다음날인 7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되는 경우 긴급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합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실질적인 저감 협력이 절실하다”며 “중국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공동 시행을 협의·추진하고 한·중 인공강우 기술 교류 및 공동 실험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 장담할 수 없어 실효성엔 의문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중국과 인공강우와 관련한 협의를 한다고 곧바로 실험을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협의 과정에서 결정되겠지만 실험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주 원장을 비롯한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들이 지난해 중국기상과학원을 찾아 인공강우와 관계된 전문가 및 기술 교류 등을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중국 측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중국을 탓할 수만 없는 게 독자적으로 힘들게 축적한 인공강우 고유기술을 선뜻 다른 나라에게 내놓는다는 건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조명래(왼쪽)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후 중국 베이징시 생태환경부 회의실에서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장관과 한·중 환경장관 회담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입장 바꿔…세계 최고기술력, 그냥 알려줄까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인공강우 기술력이 앞섭니다. 중국은 미국 등과 함께 이 분야 최고 선진국으로 꼽힙니다. 중국이 인공강우 강국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인공강우 시설을 갖춘 지방자치단체만 2000개가 넘습니다. 인공강우가 일상화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인공강우를 동원해 미세먼지를 걷어내는 실험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최근에도 중국은 베이징 등지를 대상으로 국지적인 인공강우 시도를 해 효과를 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공강우 연구가 처음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73년 전인 1946년입니다. 미국 대기과학자 버나드 보니것(Bernard Vonnegut) 박사가 요오드화은(AgI)이라는 물질이 구름의 씨앗인 응결핵으로 작용해 비나 눈의 양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를 하면서부터입니다. 연구 결과는 1년 뒤인 1948년 발표됐고 날씨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학계는 흥분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선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인공강우 연구가 지지부진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02년에서야 비행기를 이용한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고 특히 2008년부터는 항공실험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실험 결과를 보면 인공증설 실험은 모두 28회 실시해 이 가운데 12회 성공했고 인공증우 실험은 모두 14회 실시해 4회 성공했습니다. 인공증설 성공률은 42%, 인공증우 성공률은 28%인 셈입니다.

(자료=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청은 성공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눈이 1㎝ 더 내리고 비는 1㎜ 정도 더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인공강우 효과를 확인했다는 뜻으로 실험으로 인한 강수 예상지역에서 눈이나 비가 관측되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눈이나 비의 양에는 관계없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져도 성공으로 간주합니다. 작년에도 12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요약하면 국내 인공강우 실험 성공률은 30~40%로 성공할 경우 비는 1㎜, 눈은 1㎝ 가량 더 내린다는 분석입니다. 대한민국의 인공강우 기술은 선진국의 73% 수준, 격차는 6.8년입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주도한 지난 1월 실험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기도 했습니다. 기상항공기를 이용해 응결핵을 뿌렸지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인공강우는 미세먼지 피해를 줄일 좋은 대안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낼 가능성이 낮다는 회의론이 더 우세한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가뭄 해갈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온 인공강우 기술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당 50㎜의 폭우가 한 시간 동안 쏟아져도 미세먼지의 40% 정도만 제거된다는 설명입니다. 미세먼지보다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인공강우 효과가 더 떨어진다고 합니다.

지난 1월 25일 올 들어 처음 실시된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기상항공기 1호인 ‘킹에어 350’이 요오드화은 살포 지점인 전남 영광 북서쪽 110㎞ 해상으로 비행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기상청도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해결책이 아니라는데…”

사실 기상청 스스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공강우가 고농도 미세먼지 해결의 주요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경기지역에서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단행했습니다. 기상청은 실험이 끝난 뒤 “현재 수준의 인공강우 기술을 현장에서 미세먼지 개선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난 1월 서해상 인공강우 실험 계획을 공개한 주상원 기상과학원장은 발표 당일에도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는 주로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인공강우에 적합한 기상조건이 아니다”라면서 “인공강우는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의 주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도 국립기상과학원은 3가지 이유를 들어 인공강우로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일이 힘들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우선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고기압과 정체라는 기상 조건과 인공강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기상 조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 다음으로는 미세먼지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적어도 수천 ㎢인데 인공강우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은 100~20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인공강우 성공 시 내리는 비의 양도 현재 1㎜ 정도로 이 정도 비로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자료=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의 실험에서 한 차례 결론이 났고 또 여러 언론과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인공강우는 올해 고농도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환경부는 인공강우를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 가운데 하나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속적으로 실험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부담감이 컸던 탓일까요. 올해 15차례 예정된 인공강우 실험 중 이제 한 번했을 뿐인데, 남은 인공강우 실험 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기상청은 “기상 여건 등을 봐야 하므로 아직은 구체적인 향후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1월 실험 후 한 달 보름이 지났음에도 2번째 실험 계획조차 못 잡고 있습니다. 14번의 인공강우 실험을 연내에 다 소화하려면 앞으로 한 달에 1~2번은 반드시 실험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환경부, 9일부터 한 달간 서해먼지 원인규명 ‘항공 관측’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규명을 위해 9일부터 한 달간 총 100시간, 20회 비행으로 항공 관측을 진행합니다. 이번 항공 관측에 사용되는 항공기는 19인승 중형 항공기로 한서대 태안비행장에서 출발해 서해상을 중심으로 미세먼지를 집중 관측합니다.

그간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996년부터 소형 항공기로 제한된 범위에서 4~5대 장비를 동원해 5000m 이하 3시간 관측을 수행했으나 올해부터는 중형 항공기로 포괄적인 범위에서 12~15대 장비로 확대, 1만2000m 이하 6시간 관측합니다.

올해 항공관측에서는 고해상도 실시간 분석 장비 9대를 탑재해 2차 생성 미세먼지의 주요성분과 전구물질을 과학적으로 조사합니다. 2차 생성 미세먼지의 주요성분을 조사하기 위해 질산염, 황산염, 유기물질, 블랙카본 및 미세먼지 개수 등을 측정합니다. 또 미세먼지 전구물질을 파악하고자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에 대한 실시간 측정도 이뤄집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항공관측을 통해 서해상으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이동경로 추적이 가능하고 미세먼지 유입량 산정도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 배출원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가능해짐에 따라 보다 효과적인 미세먼지 감축정책과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항공관측 역량을 확보함에 따라 앞으로 미세먼지의 국가 간 이동에 대해 보다 과학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일본이나 중국도 시도하지 못하는 수준의 항공관측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항공관측 자료는 미세먼지 감축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데 활용하고 나아가 중국과의 협상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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