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모(21)씨는 자신의 사진이 다른 인스타그램 계정에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지인의 제보로 알았다. 알려준 계정을 검색해 들어가 보니 사진뿐만 아니라 직업, 취미, 생활, 심지어 말투까지 김씨와 비슷하게 따라 하고 있었다.
김씨가 ‘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얼마 후 해당 계정은 사라졌다. 김씨는 “왜 남의 일상을 본인이라고 속이고 올리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 사실을 모른 채 계속 도용됐을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송모(23)씨는 본인 계정에 올려져 있는 여러 장의 사진이 버젓이 소개팅 앱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데이팅 앱은 사진을 등록한 후 메신저를 통해 원하는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앱이다.
직업, 학력, 나이 등을 기재하긴 하지만 사진이 주된 매칭도구로 사용돼 무단 도용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앱에서는 ‘사진도용신고란’이 따로 있을 정도다.
‘일반인 사진 도용’ 사실상 처벌 불가
20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SNS상 개인정보 무단 수집 보관 유포 및 타인 사칭에 대한 형사법 연구’에 따르면 SNS와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속이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 적발비율은 2006년 18.9%에서 2011년에는 81.7%로 5년 새 62.8%포인트 증가했다.
내 사진을 다른 사람이 도용해 사용하다 적발하더라도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어서다. 연예인의 초상권은 무단 사용 시 초상권 침해에 대한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관련 처벌 규정이 없다.
이민 법무법인 창과 방패 변호사는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없다”며 “지난 2016년 ‘SNS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타인 사칭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본회의에도 못 올라갔다”고 말했다.
잦은 사진 도용 ‘정신질환’…제재규정 마련 시급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조사한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6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 중 68.2%가 최근 1년 이내에 SNS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92.8%가 SNS를 이용하며 30대와 40대는 86%와 75.6%를 차지했다.
SNS 이용자가 늘수록 사진도용의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관련 제재 규정이 없어 사이버 범죄 가능성을 높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함께 잦은 사진 도용은 정신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공상허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좋아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재미로 시작한 ‘사진 도용’이 사람들의 관심과 반응 때문에 진짜 그 사람인 것 같은 만족감을 준다”며 “이것이 심각해지면 정신질환 중 하나인 ‘공상허언증’이 될 수 있고 사회전체적으로 불신이 생겨 안정된 사회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