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 그만…전공보다 `코딩` 수강 열올리는 인문대생들

코딩 수강 '하늘 별따기'…공대보다 인문대생 더 치열
학생들 "미래에도 남아있을 직업 하고파"
전문가 "노동시장의 미래 읽은 당연한 결과"
  • 등록 2019-03-07 오전 6:11:00

    수정 2019-03-07 오전 7:16:19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최근엔 초등학생들도 코딩을 의무적으로 배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취업에 도움이 될까 배우는 것도 있지만 나중에 코딩을 몰라 뒤처질까 싶어서 서둘러 배우려고 합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임명주(22·여)씨는 전공보다 코딩 과목을 우선으로 수강 계획을 짰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씨는 “기초적인 코딩을 배우는 과목에 수강생이 몰려 겨우 신청할 수 있었다”며 “강의 남은 자리를 구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선 코딩 수업을 신청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코딩 수업은 컴퓨터 언어인 C언어, 파이썬, 스크래치 등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과정을 주로 가르친다. 얼핏 보면 공학계열 학생만 수강할 것 같지만 최근의 코딩 수업 경쟁은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더 치열하다. 교양과목으로 수강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련 학과 1학년 전공수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들의 수강 목적은 대부분 취업이다.

철학과가 전공인 대학생 김정훈(22)씨는 “학과를 나와서 취업하지 못하는 선배들이 수두룩하다”며 “코딩을 배워두면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수강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이수연(23·여)씨도 “토익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을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취업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스타트업도 기본적으로 코딩을 배운 사람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인문계열 학생들은 공학계열 학생들에 비해 취업률이 떨어진다. 교육부의 `최근 4년간 대학 계열별 취업률 현황`에 따르면 인문계열의 경우 취업률이 50%를 넘지 못하는 반면 공학계열의 경우 70%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에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자체가 사라질까 걱정하기도 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력수요 전망에 따르면 정보통신 전문가는 오는 2030년까지 최대 18만명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단순 노무나 사무·영업직은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 올해부터 초등 5·6 학년까지 코딩 의무교육이 시행되면서 코딩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인문계열 대학생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문계열 학생들은 전공 보다 코딩 수업을 우선하기도 하고 코딩을 배우기 위해 휴학하는 학생들도 많다. 경영학과를 다니다 코딩 학원을 다니기 위해 휴학한 박현진(23)씨는 “키오스크부터 시작해 은행까지도 자동화되고 있는 마당에 졸업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다”며 “미래에도 남아 있을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전공보다 코딩을 우선시하는 것은 노동시장을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며 “최근 노동시장에서 성장이 보장된 건 실버산업과 IT산업 정도뿐이기에 전공 상관없이 코딩을 배우는 것도 그런 시장의 흐름을 읽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그래머는 대다수가 이공계열이지만 최근에 웹 기획자는 인문계열 출신도 많은 만큼 학생들이 프로그래머와 소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본 언어인 코딩을 배우는 건 바람직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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