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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미세먼지 감축에 역량 집중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전 미세먼지 관련 긴급 지시에서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 줄이는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밝혔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시는) 미세먼지 해결이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긴급하고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추경 편성을 포함해서 모든 가용한 재원 조치를 강구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에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추경안 발표 시기는 빠르면 이달 중에 이뤄질 수 있다. 앞서 기재부는 문재인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6월5일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일로부터 불과 26일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올해 추경 여건은 문재인정부 첫 해와 비교해 녹록지 않다. 첫째는 재원 문제다. 2017년에는 ‘재정 실탄’이 충분했다. 당시 추경 재원은 초과세수 8조8000억원, 세계잉여금 1조1000억원, 기금여유 자금 1조3000억원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올해는 ‘재정 실탄’이 충분치 않다. 지난해 1년 동안 쓰고 남은 돈(일반회계 세계잉여금 기준)은 10조7000억원이다. 지방교부세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세계잉여금에서 ‘작년 내국세 초과세수(26조8000억원)의 39.51%(10조5887억원)’를 떼어내 지자체로 보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남는 재원은 2000억원 미만이다.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빚내서 추경을 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적자국채 발행을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광림 자유한국당 전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자연재해 대책 복구비용으로 예비비를 쓸 수 있지 않느냐”며 “(국가채무가 늘기 때문에) 적자국채 발행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재원·콘텐츠·요건 쟁점…벼르는 한국당
둘째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어떤 사업을 추진하느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추경은 어제 지시한 공기정화기 대수를 늘리거나 용량을 늘리는 지원 사업과 중국과의 공동협력 사업을 펴는 데 쓰일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없는 끼워넣기식 사업이 포함되면 정치적 논란만 커질 수 있다.
이상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미세먼지 감축·방지에 효과적인 사업이 포함된다면 적자국채를 발행하더라도 국민들이 추경에 동의할 것”이라며 “기재부는 추경을 추진한다는 발표 이전에 미세먼지 예산사업 콘텐츠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추경의 법적 요건 문제다. 미세먼지 때문에 추경을 편성하는 게 법적 근거가 있는 지다. 국가재정법(89조)에 따르면 대규모 재해(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발생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제3조)에 따르면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이다. 현행 법에 규정된 재난에 미세먼지는 포함돼 있지 않다.
추경 요건 부분은 여야의 조율 능력에 달려있다. 야당도 미세먼지를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국가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미세먼지가 포함 못 될 이유가 없다”며 “미세먼지는 내탓, 니탓이 아니라 초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광림 의원은 “추경의 법적 요건에 맞을지는 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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