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부동산과 주식, 가상 화폐 거래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유동 자금이 몰려들며 미술시장은 또 하나의 투자처로 변모했다.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소식에 기존의 미술 애호가뿐만 아니라 젊은 2030 세대까지 미술품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술품 구매나 미술품을 통한 투자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미술품 구매는 예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바탕으로 문화적 자산을 축적해 나가는 고차원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도세에 있어서는 비과세 혜택 또는 필요경비를 90%까지 인정받을 수 있고 국내 생존 작가라면 가격과 상관없이 비과세이기에 현명한 투자 수단이기도 하다.
미술품 투자와 관련된 업체가 성행을 하는 이유는 미술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에 있다. 부동산은 누구나 실거래가나 공시지가 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고, 주식은 차트나 기업 공시라도 볼 수 있지만 미술 시장은 여전히 문외한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물론 작가의 이력이나 프로필을 검색해볼 수 있지만 작가 정보만으로 작품가격의 적정성이나 작품의 시장성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메이저 경매에 출품되는 유명 작가 정도라면 경매 낙찰가와 가격 추이를 확인해 볼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작가의 경우에는 공개된 시세라는 것이 없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공급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이 되어버린다. ‘부르는 게 값’이고, 구매자는 공급자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해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격을 과도하게 부풀린다거나 투자 가치를 과장하는 등 사기성 짙은 거래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최근 미술품으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업체에 속아 ‘묻지마 투자’를 했던 피해자들을 자주 목격했다. 작품을 구매하고 보니 통상 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싸게 구매했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해외 전시 이력이나 소장 이력이 모두 거짓으로 들통나버린 것이다. 심지어 작가에게는 부풀린 가격이 아닌 기존 가격으로 정산해준 사실도 밝혀졌다. 앞으로 또 어떤 미술 투자 사기가 나타날지 모른다.
오랜만에 찾아온 지금의 한국 미술시장의 활황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미술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2017년에 발의되었던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률’은 결국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그대로 폐기되었다. 물론 법이 만능은 아니지만 현재 미술품 거래나 미술품 투자의 건전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오로지 당사자들의 신뢰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술시장 자율적으로 규제와 통제를 통해 미술품 거래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미술 거래 이력이나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공신력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건전한 업계 종사자들을 자체적으로 퇴출시키는 등 구매자들이 한국 미술시장을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생태계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급자와 구매자 모두 미술품이 투자의 대상이기 이전에 고귀한 정신적 산물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