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현장에서]자금난 허덕이는 中企구조개선자금

중진공, 은행추천 한계기업 21곳 33억원 대출
단비같은 자금 공급이지만 은행권 반응 미지근
예산한계 탓 추천서 무용지물 우려.."고객신뢰 타격" 걱정
  • 등록 2018-10-17 오전 6:00:00

    수정 2018-10-17 오전 7:56:35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돕고자 마련한 정책 자금이 되레 자금난을 겪고 있다. 자금 규모는 그대로인데 지원 대상만 늘어난 탓인데 제도 실효를 거두기 위해 증액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은행에서 추천한 한계기업 21곳에 33억원을 대출했다. 1곳당 평균 1억5700만원씩이다. 기존에 대출받은 은행에서 추천서를 받은 기업 27곳이 신청해서 6곳을 제외한 나머지가 대출을 받았다. 중진공 관계자는 “대부분 신용평가(A~D등급) C등급을 받은 기업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C등급 기업(61곳) 가운데 34%는 지원받은 셈이고, 대출 실행률로 보면 약 78%나 되니 높은 편이다.

33억원 지원금의 출처는 구조개선전용자금이다. 이 자금은 중진공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연간 290억원 규모로 받아와 마련한 것이다. 중진공이 여기서 일부를 헐어 은행 추천 한계기업을 도운 것인데, 작년까지는 안 하다가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려고 지난해 11월 금감원·은행연합회와 중기부·중진공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로써 중기부는 정책자금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하고 △회수 위험을 줄이는 한편, 은행은 △부실기업에 추가 대출하는 부담을 덜고 △기업을 살려 기존 대출금 회수 가능성을 키울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290억원 정책 자금은 은행권 추천 기업만 지원하려고 마련한 게 아니다. 해당 자금은 은행 추천 한계기업을 비롯해 △공단·신보·기보가 파악한 부실기업 △워크아웃·회생신청 기업 등 모두 6가지 경로로 발생한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중진공 관계자는 “예산을 일률적으로 6등분 해서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쏠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은행권에서는 `추천서 쓰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은행 추천을 받은 기업이 공단에서 대출을 못 받는 상황 때문이다. 예산 한계 탓에 대출이 막히면서 은행 추천서가 무용지물이 되는 데 대한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명색이 은행에서 발급한 추천서는 은행이 보증을 선다는 의미”라며 “그런데도 대출이 막히면 은행은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책자금은 이미 80% 이상이 집행된 까닭에 은행의 입장을 더 좁게 만든다. 290억원 가운데 9월까지 239억원이 집행돼 남은 자금은 51억원이다. 정책자금을 형평을 따져 집행하다 보면, 조건을 갖춘 지원자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예산을 늘리면 되지만 쉽지 않다. 사기업의 부실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진공 관계자는 “해당 자금을 늘리는 방안을 두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했다. 이런 터에 자금 규모는 2015년 300억원 선으로 책정한 이래 줄곧 제자리다.

예산은 제자리인데, 지원 대상만 늘어난 상황이 초래한 일이다. 익명의 은행권 관계자는 “정책자금 300억원은 일개 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데, 이마저도 시중은행 전부를 대상으로 쪼개 지원하는 구조”라며 “예산을 늘리지 않으면 적절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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