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기업 6곳…규제 없었으면 20곳 나왔을 것"

6일 창조경제연구회 '4산업혁명과 유니콘' 주제 토론회 열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 '유니콘'
토론자들 "유니콘 기업 육성 위해 O2O 규제 해소해야" 한 목소리
"한국만의 유니콘모델 아닌, 해외 '카피캣' 도입도 필요" 주장도
  • 등록 2019-03-07 오전 5:20:00

    수정 2019-03-07 오후 12:53:27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6일 창조경제연구회 주최로 서울시 도곡동 도곡카이스트에서 ‘4차산업혁명과 유니콘’을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왼쪽부터 토론자로 참석한 이영달 한국기업가정신기술원 원장,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유효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대학원 교수.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규제 해소 없는 유니콘 경제는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은 6일 서울시 도곡동 도곡카이스트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과 유니콘’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조원(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을 말한다. 기업가치가 10조원(100억달러)이 넘을 경우 데카콘 기업으로 분류한다.

이날 창조경제연구회가 주최한 토론회에는 이민화 이사장을 비롯해 유효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대학원 교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이영달 한국기업가정신기술원 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향후 우리나라의 혁신성장 주역은 벤처기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이사장은 “벤처기업 발전을 보면 △스타트업 △스케일업 △유니콘 △데카콘 등으로 이어진다”며 “우리나라는 유니콘 기업을 총 6개 보유하며 전 세계 5위에 해당하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크래프톤(옛 블루홀), 엘앤피코스메틱(메디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쿠팡, 옐로모바일 등 총 6개다. 이는 미국(151개)과 중국(82개), 영국(16개), 인도(13개)에 이어 독일과 함께 글로벌 5위에 해당한다.

유니콘 기업들은 최근 전 세계 각지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유효상 교수는 “글로벌 벤처업계에서는 승차공유회사인 우버테크놀로지가 135조원(약 1200억달러) 가치를 인정받고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삼성전자 기업가치가 26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은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420억달러에 달하며, 면도날 배달서비스를 도입한 달러쉐이브클럽은 면도날 업계 1위인 질레트 아성을 무너뜨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규제에 가로 막혀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봤다. 특히 혁신을 막는 규제의 핵심사례로 △출퇴근시간 외에 카풀을 불법으로 하고 △도심지역 공유민박은 외국인에게만 허용하며 △자율주행차는 유료운송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사업영역 중 70%가량이 ‘O2O’(Online to Offline) 분야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에 가로 막혀 창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가 유니콘 보유 5위 국가인 점은 고무적이지만, 이러한 규제만 없었더라면 유니콘 기업이 20개 이상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규제가 이어질 경우 유망한 벤처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영달 원장은 “영국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인도보다 유니콘 기업이 많은 이유는 인도 사람들이 창업을 하기에 유리한 영국에 가기 때문”이라며 “이렇듯 창업을 위한 노마드(Nomad, 유목민)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규제 등 창업환경을 매력적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혁신 창업자들이 나라를 떠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정욱 센터장은 “프랑스는 마크롱이 집권한 후 ‘디지털공화국’을 표방하며 외국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국가, 해외에서 자금이 몰릴 수 있는 매력 있는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미국과 중국, 영국, 인도 등은 시장규모가 크다는 것 외에 꼭 필요한 규제만 남겨두고 다 없애는 ‘네거티브규제’를 시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만의 유니콘 모델을 만드는 대신, 해외에서 성공한 유니콘 비즈니스모델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유 교수는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약 500개 중 100개 정도는 다른 유니콘 기업을 모방한 ‘카피캣’이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을 할 때 우선 기술을 개발하고 비즈니스모델을 찾는데, 차라리 전문가들이 먼저 해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한 후 이에 적합한 기술을 찾아주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기능을 하는 비즈니스연구소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센터장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며, 에어비앤비에 앞서 카우치서핑, 우버 이전에 사이드카 등 비슷한 비즈니스모델이 있었다”며 “해외에서 이미 성공한 비즈니스모델을 모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전 세계 각지 유니콘 기업을 분석하고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유능한 청년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6일 창조경제연구회 주최로 서울시 도곡동 도곡카이스트에서 ‘4차산업혁명과 유니콘’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유효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대학원 교수,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이영달 한국기업가정신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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