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SKT·현대차 맞손, 1000억 규모 인터넷보험사 설립

3사 합작법인…한화손보 지분율 80%
금융위, 30일 정례회의서 예비인가 여부 결정
첫 상품 우버마일 보험 가능성…고객 맞춤형 상품 중심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 vs "차별화 없을 것" 엇갈려
  • 등록 2019-01-28 오전 6:00:00

    수정 2019-01-28 오전 8:34:00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한화손해보험이 SK텔레콤,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인터넷전문보험회사 ‘인핏손해보험(가칭)’을 설립한다. 한화손보가 SKT, 현대차와 협업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차·휴대폰·여행 등의 보험상품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화손보의 새로운 도전이 시장 구도를 바꿀 만큼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 오는 30일 예비인가 여부 결정…가능성↑

27일 보험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인핏손해보험의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위는 최근 경쟁도 평가보고서를 통해 손해보험시장은 시장집중도지수(HHI)가 1200~2000 수준으로 경쟁도가 낮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예비인가 후 실사와 본인가 절차를 마무리하면 손보업계 최초의 인터넷전문보험사가 탄생하게 된다.

인핏손해보험의 자본규모는 1000억원 수준으로 한화손보가 80% 이상을 출자하고 SKT와 현대차가 각각 10% 미만으로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손보와 SKT, 현대차의 협업이 관심을 끄는 것은 약 1000만명이 사용하는 SKT의 내비게이션인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T맵’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자율주행차 시대 도래에 따른 자동차보험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특히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조사, 시스템회사 등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의 보험 상품 개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 3개사가 손을 잡은 셈이다.

한화손보는 예비인가 후 시스템 구축 및 조직 구성 등을 구체화하고 내년쯤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상품 개발 중으로 키워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혁신’, ‘핀테크’ 등이다.

업계에선 인핏손보의 첫 상품이 우버마일 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버마일은 가입 첫 달 기본보험료를 낸 뒤 다음 달부터는 실제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정산하는 상품으로 자동차의 실제 주행거리에 비례해 보험료를 사후 정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마일리지 특약’과 차별화한 것으로 할인률도 최대 2배가량 높다. 다만 택시처럼 차량에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미터기를 장착, 실시간으로 SK텔레콤 통신망에 주행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주 타깃 고객은 연간 주행거리가 1만2000Km 미만인 회사원이나 주말 운전자들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보험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주행거리에 따른 자동차보험 상품 외에도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T, 현대차와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보험을 찾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년 6위 벗어나 ‘빅5’ 진입할까…평가 엇갈려

보험업계에선 한화손보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업계 5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이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보고 있다. 현재 손보업계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상위 4곳 중심의 과점체제 속에서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가 각각 5위, 6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한화손보는 제일화재와 통합한 지 10년이 다 됐지만 ‘빅5’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물론 여전히 중소 손보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최근 메리츠화재가 독립판매대리점(GM)을 통한 영업에서 크게 성과를 내면서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화손보가 인터넷전문보험으로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업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간편한 인터넷 가입을 선호하는 것과 다양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인핏손해보험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본다”며 “한화손보가 그동안 취약했던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보험사가 인터넷 채널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고 특히 대형사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핀테크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손보가 시장 구도를 얼마나 바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형사들은 이미 ICT 등 타 업권과 합작해 내비게이션 앱을 활용한 운전습관 연계 할인 특약 상품 등 다양한 신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13년 말에 출범한 인터넷전문 생명보험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이 6년째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의 자회사로 국내 최초이자 현재 유일한 인터넷전업보험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 그동안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배타적 사용권을 다수 획득했고 몇몇 상품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우수 금융신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라며 “한화손보가 ‘인슈어테크’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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