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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회장이 1945년 9월 해방 직후 창립한 태평양화학공업사는 1964년부터 화장품 판매의 상징이 된 방문판매를 시작하며 아모레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후 한국화장품 등 후발주자들이 아모레의 방문판매 시스템을 추종하며 국내 화장품 판매 방식의 대세가 됐다. 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혁신 사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태평양에서 화장품을 방문판매하던 직원들은 ‘아모레 레이디’로 불렸다. 1970년 태평양이 공고를 낸 ‘미용사원 모집요강’을 보면 만 18~23세의 미혼 여성이 모집 대상이었다. 서 회장이 ‘아모레 아줌마’라고 표현했지만 젊은 아가씨들이 아모레 레이디로 들어와 경력을 쌓으며 오랫동안 현장을 누빈 것이다.
당시 기준으로는 학력과 용모 요강이 까다로웠다. 고교졸업 예정자나 고졸 이상만 아모레 레이디에 지원할 수 있었다. 해방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실시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마치고 대다수가 농업 등 가업을 돕거나 서울로 올라와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학력 요건이다.
158~168㎝의 신장과 키에서 105를 빼고 ±5㎏으로 계산한 몸무게로 모집 제한을 뒀다. 현장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고 미용을 상담한다는 점, 회사를 대표해 소비자 접점의 최일선에서 고객을 만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까다로운 외모 기준으로 여성 인재를 선발했다. 깐깐하게 선발된 아모레 레이디는 입사 후 1개월간 교육을 받아야만 현장에 나올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기준 약 3만 6000명의 화장품 방문판매 사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아모레 카운셀러’로 불린다. 아모레 카운셀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방문판매 경로의 고객은 250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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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은 2009년부터는 아모레 카운셀러의 영업 역량을 향상하고 고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카운셀러 운영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오래전 화장품 아줌마들의 상징이었던 커다란 화장품 가방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을 통한 고객관리가 보편화 될 정도로 시대가 변화했다”면서 “방문판매는 고객 로열티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영업 채널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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