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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개발을 위한 바이오벤처들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집중해온 역량을 바이오벤처들과의 협력을 통해 바이오신약 등으로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리스크 셰어링 파트너십’ 형식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전임상(동물실험)까지 마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상용화할 경우 그때부터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리스크 셰어링 파트너십을 적용할 경우 바이오벤처는 임상시험에 드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통해 획득한 노하우를 활용하면 바이오신약을 상용화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이후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위탁생산도 할 수 있는 등 시너지효과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중 오픈이노베이션이 가장 활발한 유한양행(000100)은 올해도 바이오벤처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지금까지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금액은 2000억원에 육박한다. 유한양행은 올해에만 △신테카바이오 △앱클론 △굳티셀 △브릿지바이오와 공동 연구·개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이다. 앱클론과 굳티셀은 면역항암제 개발에 주력한다. 앞서 유한양행은 이중항체 기술에 주력하는 ABL바이오로부터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기술을 590억원에 도입하며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바이오벤처와의 협력을 통해 폐암치료제인 ‘YH25448’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 제노스코로부터 동물실험이 끝난 폐암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 2월 YH25448에 대한 임상1상에 착수, 1년 만인 올해 초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후보물질 도입 후 회사 자체적인 기술을 더해 임상시험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에 주력해온 동국제약(086450)도 바이오벤처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전문의약품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 5월 에스바이오메딕스로부터 동종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중증하지허혈 세포치료제 후보물질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으로부터 마시는 골다공증 치료제 기술을 도입했다.
대형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화한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들은 자금력은 우수한 반면 바이오의약품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의사결정이 느리다”며 “초기 단계의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는 제약사 입장에서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우수한 기술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 선점은 우수한 후보물질을 빨리 도입해 물질탐색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효과뿐만 아니라 경쟁사를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트렌드의 키워드가 △바이오의약품 △면역항암제 △희귀난치질환치료제 등으로 좁혀지기 때문에 제약사들간 경쟁도 치열할 수 밖에 없다”며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초연구가 글로벌 수준과 격차가 크지 않아 바이오벤처에 대한 제약사들의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