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가 전하는 ‘4차 산업과 예술’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7회)
로봇 조각가 VS 인간 조각가의 대결
“4차 산업으로 변하게 될 조각의 미래”
  • 등록 2019-05-05 오전 6:05:10

    수정 2019-05-05 오전 6:05:10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 조각은 회화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회화는 2차원의 평면미술이고, 조각은 3차원의 입체미술이다.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
조각에 사용되는 재료는 돌, 나무, 흙, 섬유, 종이, 얼음 같은 자연물에서부터 석고, 금속, 수지, 유리, 납 등 인공물까지 다양하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재료들도 사용된다.

소재를 깎는 방법으로 조형해 나가는 것을 조각, 소재를 붙여가는 방법으로 조형하는 것을 소조라고 한다. 20세기 이후 동시대인들이 만들어가는 현대미술은 조각과 소조를 입체조형이라고 해석해 조각이란 말로 널리 쓰인다.

4차 산업과 예술의 융합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는 조각이다. 4차 산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3D 프린팅이다. 3D 프린팅은 1980년대 초반에 개발돼 점차 발전해왔다.

스캐닝이나 모델링을 통한 3차원 이미지 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매우 복잡한 형상을 빠르고 용이하게 구현하는 기술이다. 3D 프린팅을 통한 제조 방식은 기존 공정에 비해 소요되는 에너지는 약 50% 이상, 소재는 약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3D 프린팅은 자동차, 항공우주, 의식주, 의료기기, 방위산업, IT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물론 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조각가는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이후 제작 공정은 3D 프린팅으로 대신해 더 나은 환경에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그동안 조각가들은 알게 모르게 작업을 하면서 고충을 겪어왔다. 석조 조각의 경우, 무거운 돌을 옮기는 것은 기계로 해결한다고 쳐도, 깎고 다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미세먼지보다 더 유해하다. 레진 같은 재료는 작업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배출되기도 한다. 유리공예품은 또 어떤가. 그동안 뜨거운 온도에 달군 유리를 금속 빨대에 매달아 일일이 입으로 불어야 했다.

여기에다 공간적인 제약도 존재했다. 일반적으로 조소 제작에서 중요한 것은 광선이다. 즉 작업실 내 광선의 변화가 심한 곳이나 통풍이 너무 잘 되는 곳은 조소 제작에 제약을 받는다. 작품을 만들 때 광선에 의한 명암의 톤을 엄격하게 관찰해 면의 방향이나 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되기 때문이다.

로봇 조각가와 인간 조각가의 대결은 기술로만 본다면 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로봇 조각가의 압승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예술에서 기술은 기본적인 요소이다. 기술만 있다고 해서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로봇 조각가가 창조하는 날이 올까? 그때부터 진정한 대결이 시작된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조각가로는 미켈란젤로(1475~1564)가 손꼽힌다.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미켈란젤로는 3부작의 피에타 조각상을 남겼다. 1498년 23살에 만든 바티칸 ‘피에타’, 1547~1555년 만든 ‘피에타’, 1564년 88세 때에 만든 ‘론다니니 피에타’이다.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론다니니 피에타는 얼굴과 몸의 형체만 뚜렷할 뿐 다리와 팔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윤곽만 보인다. 미완성 상태이다. 미켈란젤로는 죽기 4일 전까지 망치와 정을 놓지 않았다.

미켈란젤로는 “만일 사람들이 내가 거장이 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했는가를 안다면, 그것은 결코 훌륭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강조한 말이다. 4차 산업은 예술을 바꾸고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3D 프린팅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조각가들의 몫이다.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서 조각가들은 앞으로 어떤 예술을 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미켈란젤로를 뛰어넘는 조각가가 나타날지도.

◇이상미 대표는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 통신부로부터 ‘프랑스 문화 자산 및 문화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외국인 최초로 수석으로 2010년에 취득했다. 파리 현대 미술 갤러리 및 드루오 경매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서래마을에 있는 이상아트 스페이스에서 회화, 설치, 조각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시와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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