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창작물을 만들 경우 지적재산권은 그 사람에게 귀속되겠지만,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물을 만들 경우 지적재산권은 누구의 소유가 될까? 인공지능 소유자? 혹은 인공지능? 아니면 모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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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관련해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나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법적 문제를 규정하는 법률은 없다. 현행법에서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창작물을 무단으로 복제, 배포하더라도 저작권법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창작물은 저작권법상 공유 상태에 놓인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 상황은 어떨까? 영국, 뉴질랜드, 홍콩, 인도, 아일랜드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컴퓨터를 활용한 창작물을 개발자의 저작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영국 저작권법 제9조 제3항은 “컴퓨터에 기인하는 어문, 연극, 음악 또는 미술 저작물의 경우에 저작자는 그 저작물의 창작을 위하여 필요한 조정을 한 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공지능 이전에 비인간이 제작한 창작물의 저작권 논의로 원숭이 ‘나루토’ 사례가 있다. 영국의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2011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동물들을 촬영하던 중 검정짧은꼬리원숭이 나루토에게 카메라를 빼앗겼다. 이 원숭이는 데이비드의 카메라로 수백 장의 셀카를 찍었다. 그중 ‘웃는 원숭이’ 사진이 유명해졌다.
2015년 동물보호단체 PETA는 원숭이 셀카 사진의 저작권은 나루토에게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3년 동안 9번의 걸친 법정 공방 결과, 동물은 저작권을 지닐 수 없다고 판단한 법원은 PETA의 소송을 기각했다. 또 사진을 직접 찍지 않은 데이비드의 저작권도 인정되지 않았다. 데이비드가 자신의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것으로 소송은 일단락됐다.
대부분 나라의 저작권법은 4차 산업 혁명 이전에 만들어졌다. 창작물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과 미래의 인공지능 기술에 현재 저작권법은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을 현행법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래서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 그 이후에 예술을 놓고 비로소 인공지능과 예술가의 진정한 대결이 펼쳐지지 않을까? 물론 인공지능이 복제나 대량생산이 가능하기에 이 부분은 논외로 하고, 예술의 조건인 창조를 놓고 말이다. 그날이 점점 오고 있다.
◇이상미 대표는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 통신부로부터 ‘프랑스 문화 자산 및 문화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외국인 최초로 수석으로 2010년에 취득했다. 파리 현대 미술 갤러리 및 드루오 경매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서래마을에 있는 이상아트 스페이스에서 회화, 설치, 조각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시와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