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이라는 곳이 있다. 원로 예술인을 우대, 지원하기 위해 1954년 창설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가기관이다. 한 번 회원이 되면 평생 매달 18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현재 회원은 87명. 한 해 예산은 32억원 규모인데 대부분은 회원들의 정액 수당으로 쓰인다.
| 대한민국예술원 홈페이지 이미지(사진=대한민국예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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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예술원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소설가 이기호가 예술원 운영 문제를 지적하는 소설을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고,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 등이 뜻을 같이한다며 힘을 보탰다. 지난 25일에는 744명의 문인들이 성명을 내고 예술원 회원 선출 기준과 임기, 회원 대우 문제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예술계가 예술원을 비판하는 것은 예술원 회원 대다수가 예술계의 ‘상위 1%’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원은 예술발전 이바지가 설립 취지다. 하지만 일부 회원은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해 사학연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 예술원 비판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예술계가 힘든 상황에서 ‘상위 1%’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코로나19 속 정부 지원 의존도가 높은 문화예술 생태계의 취약성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화예술 생산도, 소비도 중단된 상태에서 많은 예술인들은 정부의 지원 확대를 더욱 바라고 있다. 문체부도 추경을 통해 일자리 지원 등을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예술원에 대한 혁신 요구는 이러한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문화예술 지원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현 문화예술 지원의 방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생산자에 집중된 문화예술 지원을 소비자까지 선순환시켜 문화예술계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예술계 스스로도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구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