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60대 '생계형 창업'에 자영업자 폐업 급증

준비 없이 도전했다 쓴맛 경험
청년실업, 노인빈곤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 등록 2018-11-30 오전 5:00:00

    수정 2018-11-30 오전 5:0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죄송한 얘기이지만 외식업 창업을 쉽게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점주가) 스스로 사업을 접을 때까지 좋은 결과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저의 도리이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창업하면 안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요식업의 대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해 한 이야기다. 갈수록 가게 장사 환경이 안 좋아지고 경쟁은 피튀기는데, 요식업의 경우 준비를 안해도 너무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사할 준비가 덜 됐는데도 가게를 차리는 ‘생계형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아직 본격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30대 미만과,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60대 이상이 창업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30세 미만과 60대 창업자 비중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60대 창업자 비중은 9.5%로 2015년보다 1.2%포인트 늘어났다. 30세 미만 창업자 비중은 2015년 9.1%에서 지난해 10.1%로 1.0%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30대(24.5→23.5%)와 40대(31.4→30%) 창업자 비중은 줄어들었다. 50대 창업자 비중(24.8%)은 그대로였다.

특히 작년 30세 미만은 소매업(33.6%), 서비스업(22.8%), 음식업(16.9%) 순으로 창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가 취업이 힘들자 생계형 창업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60대 창업자는 부동산 임대업(32.4%)이 많았고 서비스업(14.5%), 음식업(12%)이 뒤를 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장사에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비임금 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자영업자(559만1000명) 중 사업 운영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은 40만명이었다. 이 중 절반가량(49.8%)은 창업 준비과정이 3개월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석 달도 준비하지 않고 큰 돈을 들여 장사의 길로 나선 것이다. 준비 기간이 3~6개월이었다는 응답자는 24.6%에 달했고, 1년 이상 준비했다는 응답자는 12.7%에 불과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생계형 창업은 취업난과 고령화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가 결부돼 있는 것”이라며 “상인들의 경쟁력 강화에 앞서 청년 실업 문제와 노인 빈곤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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