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에 '꼬마판교' 미계약 속출…청약열기 꺼질라

대형 '힐스테이트판교 엘포레'
분양가 9억 넘어 중도금 대출 막혀
예비당첨자로도 못 채워 선착순 분양
  • 등록 2019-01-25 오전 4:51:00

    수정 2019-01-25 오전 8:08:2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수도권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대장지구 가운데 대형 주택형으로만 구성된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에서 계약 포기자가 대거 발생했다. 지난 연말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 강남 ‘래미안리더스원’ 등에서 계약포기자가 잇따라 나온 가운데 또 다시 미계약 사태가 발생한 것이어서 주택시장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기존 주택 시장의 한파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청약시장의 열기까지 꺼뜨릴지 추이가 주목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짓는 ‘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 A3블록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절반도 못미친 계약률…대형 주택형·9억원 넘는 분양가

2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15~17일 실시한 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 정당계약에서 청약 당첨자와의 계약률이 30%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정당 당첨자의 80%를 예비당첨자로 뽑아 정당계약 직후 예비당첨자와의 계약을 진행했지만 상당 가구가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에 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는 19일부터 잔여가구를 대상으로 선착순 분양에 들어갔다. 동·호 지정 계약으로 청약통장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고 신분증과 지정계약금 등만 있으면 계약이 가능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만간 마감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장지구는 ‘꼬마 판교’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던 지역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대장지구는 총 92만467㎡ 규모로 아파트 5268가구를 포함해 단독·연립주택 등 5903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장지구는 북쪽으로 1.5㎞가량 거리에 판교신도시를, 동쪽으로 3㎞여 거리에 분당신도시를 각각 두고 있어 판교·분당 인프라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생활권으로 꼽혔다. 특히 2020년 대장지구와 판교신도시를 잇는 서판교 터널(가칭)이 개통되면 판교 중심지까지 차량으로 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청약 당시만 해도 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A3·A4·A6블록은 평균 청약 경쟁률이 각각 3.18대 1, 2.60대 1, 3.35대 1(기타지역 청약자 포함)을 기록했다. 이는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만 구성된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A1블록 3.44대 1·A2블록 16.88대 1)와 판교더샵포레스트(A11블록 4.3대 1·A12블록 6.9대 1)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판교더샵포레스트와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 계약률이 70% 중후반대를 기록한 데 비해 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만 계약률이 절반에도 못미쳤다.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와 판교더샵포레스트는 각각 오는 28일, 다음달 13일 예비당첨자와의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된 청약시장”

이번 청약 결과는 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되는 데다 중복 청약이 있었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첨자 발표일이 달라 세 블록에 각각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힐스테이트판교엘포레와 달리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와 판교더샵포레스트는 네 블록 모두 당첨자 발표일이 같아 한 블록만 청약할 수 있었다.

대장동 인근 S공인중개사는 “대형 주택형만 있는 데다 중도금 대출이 안되다보니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았고 중복 청약자도 꽤 됐다”며 “대장동 자체는 판교·분당생활권이어서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와 판교더샵포레스트는 추후 예비당첨자와의 계약에서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 이후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데 따른 영향이 컸다는 진단도 있다. 이미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한 반면, 경기 하남시 위례신도시 청약이 130대 1(위례포레자이)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판교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했을 때 입지가 좋은 대장동 계약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면서도 “사실상 무주택자만 청약이 가능해 청약 경쟁률 자체가 낮아질 순 있겠지만 청약이 유일한 내 집 마련 창구로 통하는 상황에서 열기가 꺾일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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