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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줄기세포치료제 허가를 받은 우리나라가 정작 시장 경쟁에서는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줄기세포치료제 시장 선점을 위해 각국에서 발 빠르게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여러 논란과 정책적 지원 미비로 성장세가 주춤한 것.
30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줄기세포 시장은 지난해 기준 628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25.8% 성장해 3944억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또 지난해 기준 줄기세포 시장은 북미가 234억달러(37.3%)로 비중이 가장 크고 유럽이 174억달러(27.8%), 아시아태평양이 134억달러(21.3%), 그 외 지역이 85억달러(13.6%)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이중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은 아시아태평양으로, 2025년에는 전체 시장에서 비중이 22%로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줄기세포치료제를 보유했다. 현재까지 허가받은 8개 중 절반인 4개가 국내 제품인 것. 이와 관련 파미셀은 지난 2011년 심장근육 조직 재생을 목적으로 하는 ‘하티셀그램-AMI’를 줄기세포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이듬해엔 메디포스트의 관절염치료제 ‘카티스템’과 안트로젠의 크론성누공치료제 ‘큐피스템’이, 2014년엔 코아스템의 루게릭병치료제 ‘뉴로타나-알주’가 각각 허가를 받았다.
이처럼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에서는 해외 업체들이 우리나라를 따라오는 형국이다. 하지만 줄기세포치료제의 제도적 기반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을 합성의약품과 동일하게 약사법으로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합성의약품은 전임상(동물실험)에서 임상 1~3상까지 개발기간이 통상 10년 이상 걸리고 유통기한도 2~3년 정도다. 반면 줄기세포는 일본·유럽 등 선진국은 임상 초기라 해도 안전성만 검증되면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유통기한이 하루만 지나도 효과가 반감하는 경우가 있어 합성의약품과 다른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를 포함한 바이오의약품을 별도 관리하기 위한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하지만 종교계·시민단체가 반대하는 등의 이유로 법안이 번번이 좌절됐다. 지난 2016년에는 줄기세포와 연관된 첨단 재생의료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3회에 걸쳐 발의됐으나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 법안이 더 늦어질 경우 미국·중국 등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999년부터 2016년 사이 진행한 줄기세포치료제 관련 임상은 미국이 155건(49%)으로 가장 많고 한국이 46건(15%), 중국이 29건(9%)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이중 중국은 2009년부터 상업적 임상개발을 시작, 최근 2년간 이뤄진 임상연구 비율이 전체 20%에 달했다. 한국과 중국의 신규 임상 건수는 2014년 5건으로 같았으나 이듬해 중국이 11건으로 한국(10건)을 역전하고, 2016년엔 중국(8건)과 한국(5건)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에서의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는 “법안이 통과할 경우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사후적 규제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한 의약품에 한해 환자에게 적용할 것이고, 현재 일부 업체와 병원을 통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줄기세포 시술의 사각지대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