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토큰(NFT), 시각예술 민주화 이룰 것"

[만났습니다] 이광수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누구나 유명작가 될 수 있는 길 만들고 싶다"
내년 6월 '월드아트엑스포' 열어…"문화예술 올림픽"
비대면 시대, 신진 작가 발굴 기회
"시각예술인 명예의전당 설립 꿈"
  • 등록 2021-12-16 오전 5:10:00

    수정 2021-12-16 오전 5:10:00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대체불가토큰(NFT). 이름부터 어려운 이 단어가 올 해를 휩쓸고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NFT로 주고 받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계는 NFT가 가장 위력을 떨친 분야 중 하나다.

블록체인 기반 소유권 증명서라 할 수 있는 NFT는 예술 작품 등을 디지털 공간에 ‘박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광수 한국미술협회(한국미협) 이사장은 “모든 예술품은 고유성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가치가 생긴다”며 “시각예술품은 NFT를 적용하기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했다.

한국미협도 최근 NFT 사업을 본격화했다. NFT 플랫폼 업체인 가이덤재단과 손을 잡으면서다. 이를 통해 4만 명에 달하는 소속 작가들이 NFT 작품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미협이 NFT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광수 한국미협 이사장을 서울 목동에 있는 한국예술인센터에서 만났다. 1956년생인 그는 올해 2월부터 제25대 한국미협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백석예술대 교수로도 재직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광수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미술협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예술품이 될 수 있는 시대”

이 이사장은 NFT로 미술의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고 봤다. 그가 인터뷰 내내 ‘미술’이 아닌 ‘시각예술’이라는 용어를 주로 쓴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NFT를 통해 BTS의 노래 등 무형의 예술품도 시각예술품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하다못해 ‘회사 설립 이유’ 같은 것도 스토리텔링만 된다면 시각예술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을 예술품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NFT가 시각예술의 민주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장르를 떠나 유명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까지 미대 출신의 0.1%만이 유명 작가가 된 것이 현실”이라면서 “문화와 예술은 인류가 공동으로 향유해야 하는 가치지, 일부 자본에 의해 움직여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NFT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지난달 홍콩에 기반을 둔 NFT 플랫폼 업체 가이덤재단과 독점 계약을 맺으며 ‘가이덤 컨소시엄’을 꾸렸다. 가이덤재단은 음원,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NFT 사업을 펼쳐왔다. 앤디 워홀의 NFT 거래를 성사시켜 주목받은 미술품 전문 NFT 플랫폼 아띠도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가이덤재단은 이번 협력에 따라 먼저 한국미협에 소속된 3만 8000여 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NFT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후 국제조형예술협회(IAA) 소속 회원들의 작품까지 NFT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미래의 세상에 NFT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6월 ‘월드아트엑스포’ 개최 …“문화예술 올림픽”

이 이사장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건 내년 6월 여는 ‘월드아트엑스포’ 행사다. 한국미협이 IAA, 가이덤재단 등과 공동 주최하는 이 행사는 한국미협이 추진하는 NFT사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며 참가 자격, 분야에도 제한이 없다. 공모전과 달리 접수비도 무료다.

사자부터 가상인간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차 예선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NFT 작품도 출품됐다. 이 이사장은 “월드아트엑스포는 한 마디로 문화예술 올림픽”이라며 “세계의 시각예술품을 한국으로 오게 만들고 싶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작가들은 참여작 중 하나를 뽑아 NFT로 발행해 판매하게 된다. 지분을 쪼개서도 판매되기 때문에 자본이 적은 사람들도 투자할 수 있다. 이번 행사로 문화·예술을 대중화시킬 뿐 아니라 투자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이덤의 NFT 기술은 한 작품을 최대 1만 명이 소유할 수 있도록 지정할 수 있다고 한다.

자칫 NFT 가격 거품 논란은 없을까.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심사위원을 구성해온 한국미협이 관여하는 만큼 NFT 가격 거품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전은 미술 분야 신인을 발굴하는 공모전으로 약 50년간 이어져 온 권위 있는 대회다. 한국미협은 월드아트엑스포 결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출품한 작가 400명의 출품작 중 각각 1점을 NFT 작품으로 지정한 뒤 300만~ 10억 원 사이의 감정가를 제시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광수 한국미회 이사장과 조영구 가이덤재단 COO


“신진작가 발굴 기회…시각예술 위한 명예의 전당 만들고파

이 이사장은 오히려 월드아트엑스포 행사가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기존 갤러리 위주의 전시에서 탈피하고, 코로나 이후 이어지고 있는 비대면 시대에 신진 작가들이 유저들과 만날 수 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NFT가 작가될 수 있는 길을 넓혀준다”는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간 갤러리 중심의 미술품 판매는 미술품 시장 불황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미술품을 전시하고 유통하는 구조를 바꾸는 데도 일조하는 셈이다. 한국미협은 향후 메타버스 전시회까지 고려 중이다.

그는 “월드아트엑스포를 열면 전 세계 투자자들도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첫 대회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1만 명 정도는 참여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NFT 열풍으로 잠재 고객 수요는 이미 확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월드아트엑스포를 한 번만 열어도 수장되는 작품의 가치가 ‘이건희 컬렉션’만큼 나갈 것”이라며 “지자체를 통해 수장고 역할을 할 ‘엑스포 빌리지’를 5곳 정도 만들어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동석한 조영구 가이덤재단 최고운영책임자(COO)도 “평론 등의 정보가 NFT에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COO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친동생이다. 지난 여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코로나 와중에도 4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 이사장은 “세계 시각예술인을 위한 명예의 전당을 한국에 만들고 싶다”는 꿈도 드러냈다. 그는 “내 운명을 걸고 꼭 만들고 싶다”며 “월드아트엑스포 행사 3년 차쯤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세계 미술의 날’이 제정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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