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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1가 J아파트. 이 단지 전용 162㎡형은 지난달 중순 7억6000만원에 팔렸다. 이달 현재 같은 평형대 시세(11억5000만~13억5000만원)의 불과 50~60%의 금액에 매매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절세를 목적으로 내부적으로 은밀히 행해지는 ‘가족 간 거래’가 아닌 ‘급급매’ 아파트 매물이었다는 점에서 주변 주택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매매거래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뭘까.
그 이유는 바로 역전세난에 기인한다. 사연은 이렇다. 해당 아파트는 집주인이 살지 않고 전세를 주고 있던 물량이다. 지난달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기존 4년을 살던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전세보증금(6억원) 반환을 요구했다. 다급해진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새 세입자를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구하지 못하고 결국 7억원 중반대에 집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매매값은 이달 현재 이 단지 전용 84㎡ 시세 8억6000만원 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용 162㎡형 기준 직전 매매거래금액은 지난해 5월로 8억4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역전세난이 지방에 이어 수도권 곳곳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정보의 고강도 규제로 매매시장은 물론 전세시장의 안정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물량 압박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말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 15주 연속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이런 전셋값 하락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2018년 전세보증금이 2년 전 전세가격 보다 하락한 주택형이 전국 38.6%로 증가했다. 서울 등 수도권은 30%에 물량이 기존 전세가격 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10가구 중 3가구는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하락한 것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아파트 공급물량 증가와 기존 전세세입자가 분양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재계약에 나서지 않아 수요와 공급 불일치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하락으로 수익성 저하와 보증금 반환 부담이 커지고, 임차인은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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