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단독주택 보유자 A씨의 하소연이다. 용산구는 정부가 산정한 표준주택과 이를 기준으로 용산구가 책정한 개별주택 공시가 차이가 7%포인트 넘게 나 주택보유자들의 혼선이 컸던 곳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시정조치에도 용산구는 오히려 개별주택 공시가를 기존 27.75%에서 27.74%로 0.01%포인트 내렸다. 여전히 표준주택 변동률 35.4%와의 격차는 7%포인트가 넘는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17일 “서울시 산하 8개 자치구가 산정한 개별주택 공시가가 잘못됐다”며 사상 초유의 시정 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변동이 거의 없어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시정 조치를 받은 서울 8개 자치구 중 강남구를 제외한 7개 자치구(마포·용산·성동·동작·서대문·종로·중구)가 30일 공개한 개별주택 공시가는 한 달 전 예정가격안과 비교해 0.1%포인트 변동에 그쳤다. 지자체 산정 과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정부가 ‘열’을 올렸지만 막상 재산정 결과는 주택 보유자 이의신청 기간 중 나타나는 변동에 그쳐 애꿎은 보유자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
국토부가 456가구의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그 결과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도 조정폭이 미미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에 조정된 평균 0.1%포인트는 열람공고 기간 보유자들의 이의 신청건만 반영해도 나오는 수준이라는 게 감정평가업계의 분석이다.
당시 국토부는 변동률 격차가 심한 곳의 90%가 ‘비교 표준주택 선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공시제도에서는 연초에 한국감정원이 ‘표준 단독주택’을 조사·산정해 공시하고, 지자체는 이 표준주택과 연동해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해 발표한다.
그러나 이번 재산정에서 정부의 예측과 달리 7개 자치구(강남구 제외)의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큰 변함이 없었다’는 게 공통된 결과로 나타났다. 기존과 동일하거나 되레 더 떨어진 곳까지 등장하며 국토부의 판단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만 확인시켰다. 한 지차체 관계자는 “조금의 변화는 있었지만, 이의신청 기간 보통 이 정도는 차이가 난다”며 “국토부가 시정 지시를 했기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표준주택과 개별주택간 격차가 7% 이상으로 가장 컸던 용산구는 총 21곳 주택에 대해 재검토 조치를 받은 후 재산정한 결과 개별공시가격 변동률이 오히려 종전보다 떨어졌다. 지난달 15일 열람 공고 당시 변동률 27.75%에서 이날 공개된 변동률 27.74%로 0.01%포인트가 낮아졌다. 동작구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15.72%→15.71%로 0.01%포인트 떨어졌다. 종로구는 예정안과 확정안 모두 변동률이 9.94%로 변함이 없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소수점 상승은 아예 변동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도로 특성이나 토지 형상에 대해서만 재산정해도 4~5%는 변동률이 발생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국토부는 비교 표준주택 선정에 대단히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이번 결과로 지자체의 비교 표준주택 선정에 문제가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무의미한 시정조치에 ‘주택 보유자 혼란’만 가중
애초에 가격 조정 대상이 된 단독주택은 8개구 전체 단독주택(9만여 가구)의 0.5% 수준인 456가구에 그쳐 자치구 공시가격 재검증 자체가 무의미한 통계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감정평가사는 “감정원이 조사·산정하는 표준주택 공시가격도 전체 가구 중 0.3%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에 지자체 오류로 지목한 0.5% 주택 비중도 크게 문제가 없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오락가락한 공시가 재산정에 주택 보유자 혼란만 커졌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달부터 내 집의 공시가가 얼마인지 확인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공시가가 바뀌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산정은 정확하고 공정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내 집의 공시가격이 과연 맞게 산정됐는지, 세금을 맞게 내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