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도 2억원대…NFT 작품시장마저 석권 나선 김환기[아트&머니]

한국서 가장 비싼 132억원 전면점화 '우주'
김환기 작품 최초 NFT 제작해 나선 경매서
2억9천만 등 3개 에디션 총 7억3천만 낙찰
국내 NFT 에디션 부문에서도 최고가 기록
'붉은점화' '어디서 무엇…'도 NFT 대기중
평면의 무빙 그이상의 오브제로 기대 높여
  • 등록 2022-03-28 오전 3:30:00

    수정 2022-03-28 오전 3:30:00

‘한국 미술품 최고가 낙찰순위’에서 최정상에 마크된 김환기의 ‘전면점화’들이 차례로 NFT로 제작된다. 132억원에 원작이 팔린 ‘우주’(Universe 5-Ⅳ-71 #200·1971·왼쪽)는 지난 24∼25일 ‘업비트 NFT’ 경매에 올라 3개 에디션이 각각 2억원대 총 7억 3000만원에 낙찰되며 국내 NFT 에디션 부문에서도 최고가를 썼다. 가운데는 아트토큰이 NFT로 제작할, 85억원에 원작이 낙찰된 붉은 전면점화 ‘3-Ⅱ-72 #220’(1972)이다. 오른쪽은 에이트가 NFT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Ⅳ-70 166’(1970)(사진=서울옥션블루·서울옥션·환기재단).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국 미술품 가격이 100억원을 넘긴 ‘그때’는 2019년 11월. 김환기(1913∼1974)의 전면점화가 드디어 불을 뿜었다 했더랬다. 데이비드 호크니, 파블로 피카소, 제프 쿤스 등등, 시장에 나왔다 하면 수천억원 호가는 우스운 해외작가야 수두룩했지만, 한국미술계에선 100억원대도 김환기가 처음이었다. 아무리 ‘그들만의 돈잔치’가 거슬린다고 해도, 어차피 내 통장잔고에서 빠져나갈 형편은 못 되는 터라, 일단 누구의 작품이 됐든 그 ‘고지’는 한 번 찍고 볼 일이었다. 그 일을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해낸 거였다.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출품한 푸른 전면점화 ‘우주’(Universe 5-Ⅳ-71 #200·1971)가 그 작품이었다. 예상을 넘는 경합이 이어졌고 결국 시작가 60억원(4000만홍콩달러)을 2배를 넘긴 131억 8750만원(8800만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이 기록은 그때로부터 1년 6개월 전쯤인 2018년 5월에 새롭게 정리했던 ‘한국 미술품 최고가 낙찰순위’를 바로 뒤집었는데, 바로 김환기의 붉은 전면점화 ‘3-Ⅱ-72 #220’(1972)이 가진 85억 3000만원(6200만홍콩달러, 서울옥션 홍콩경매)을 2위로 내려보내는 거였다. 마땅히 그 아래 순위도 빠르게 재편됐는데. 김환기의 또 다른 붉은 전면점화 ‘무제’(1971)의 72억원(4700만홍콩달러, 2019년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을 3위로, 김환기의 또 다른 푸른 전면점화 ‘고요 5-Ⅳ-73 #310’(1973)의 65억 5000만원(2017년 4월 케이옥션)을 4위로 만들었다.

2020년 4월 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 ‘현대 50’을 위해 나섰던 김환기의 ‘우주 05-Ⅳ-71 #200’(1971·254×254㎝).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서 132억원에 팔린 뒤 ‘한국 미술품 최고가 순위 1위’란 타이틀을 품은 이후 일반에게 처음 공개됐을 때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가히 김환기를 축으로 미술시장이 돌아갈 때 얘기다. ‘한국 미술품 최고가 낙찰순위 톱10’ 중 단 한 순위만 이중섭의 ‘소’(연도미상·9위·47억원)에 내주고,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색깔별로 싹쓸이하던 때. 하지만 이후 침체를 맞은 미술시장이 휘청하고, 이듬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오매불망 김환기의 전면점화를 향한 애심도 덩달아 휘청했다. 지난해 미술시장이 ‘아, 깜짝이야’를 외치며 호황에 불장까지 찍었지만, ‘큰손’들의 씀씀이를 재는 바로미터라 할 ‘김환기 전면점화’에 대한 ‘열린 지갑’까진 기대키 어려웠다. 덕분에 오로지 김환기로 써내려간 ‘한국 미술품 최고가 낙찰순위’도 2년 넘게 그대로고.

그럼에도 새삼스럽게, 실로 오랜만에 ‘김환기’를 소환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올초부터 김환기의 전면점화를 향한 그간 없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원작을 가공한 NFT(대체불가토큰) 작품으로 말이다.

2018년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출품하기 직전 컬렉터 프리뷰를 위해 서울옥션 평창동 본사에 걸렸던 김환기의 ‘3-Ⅱ-72 #220’(1972·254×202㎝). 이후 작품은 홍콩경매에서 6200만홍콩달러(약 85억 3000만원)에 팔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32억원 원작 효과인가…2억대 NFT 3개도 ‘최고가’

그 첫 작품이 세상에 나왔고 경매에서 ‘또 다른 최고가’를 썼다. 서울옥션블루 자회사 엑스엑스블루(XXBLUE)가 NFT 3개의 에디션으로 제작해 ‘업비트 NFT’ 경매에 부친 김환기의 ‘우주’다. 24일 오후부터 24시간 동안 진행한 경매에서 ‘김환기 NFT’(정식명칭은 NFT: Digital Media Reproduction: KIM Whanki_Universe 05-Ⅳ-71)는 각각 시작가 56이더리움(2억원)부터 응찰가를 높여갔고 3개가 싹 다 팔렸다. 1개는 77이더리움(약 2억 9000만원), 나머지 2개는 58.5이더리움(약 2억 2000만원)씩. 3개를 모두 합친 디지털 이미지 저작권은 194이더리움(약 7억 3000만원)에 달한다. 원작에 이어 ‘국내 NFT 에디션’ 부문에서도 최고가 기록을 세운 셈이다.

디지털 NFT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Ⅳ-71 #200·1971). 서울옥션블루와 함께 ‘NFT 콘텐츠 사업’에 나선 CGI(컴퓨터그래픽 이미지) 담당 로커스(LOCUS), 또 이를 구현할 미디어를 개발한 LG전자의 협업 작품이다. 낙찰된 3개의 NFT 작품은 65인치 LG 올레드 에보 TV에 담겨 낙찰자 품에 통째 안긴다(사진=LG전자).


132억원에 달하는 원작, 디지털 NFT로도 2억원대인 ‘우주’는 이미 김환기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작가가 절정의 기량으로 그린 전면점화 중 가장 큰 규모(254×254㎝)일 뿐만 아니라 유일한 두 폭(각각 254×127㎝) 그림이기도 하다. 직접 작가에게 구입해 40년 넘게 한 소장자가 애지중지했던 덕에 작품상태도 최상이었다.

NFT로 변신한 ‘우주’에는 작품 속 10만 개의 점을 하나하나 분리하는 섬세한 디지털작업이 더해졌다. 작가 특유의 무수한 푸른 점들이 원을 그리며 빨려 들어가는, 디지털 무빙아트로 재탄생시킨 거다. 이 작업에는 서울옥션블루와 ‘NFT 콘텐츠 사업’에 협업키로 한 CGI(컴퓨터그래픽 이미지) 담당의 로커스(LOCUS), 또 이를 구현할 미디어를 개발한 LG전자가 나섰다. 덕분에 이번에 낙찰된 3개의 NFT 작품은 65인치 LG 올레드 에보 TV에 담겨 낙찰자 품에 통째 안긴다.

85억 원작 ‘붉은 점화’, 상징 1순위 ‘어디서 무엇이…’도 대기 중

‘우주’뿐만 아니다. 앞서 공개한 ‘한국 미술품 낙찰순위’이자 ‘김환기 작품 최고가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붉은 전면점화 ‘3-Ⅱ-72 #220’(1972)에 더해 4위의 ‘고요 5-Ⅳ-73 #310’(1973)도 NFT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트마켓 NFT 플랫폼 중 하나인 아트토큰이 최근 론칭을 신고한 ‘김환기 하이퍼큐브 NFT 프로젝트’에서다. 아트토큰의 NFT는 평면의 무빙 그 이상의 입체감이 특징. 이른바 하이퍼큐브 부스를 만들어내는 거다. 알루미늄 소재의 거울로 무한히 반사해내는 공간이 그건데, 아트토큰은 “그 안에 들어서면 캔버스에 그려진 살아 있는 오브제로 작가와 직접 교감하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트토큰이 NFT 제작에 앞서 이미지로 먼저 선보인 김환기의 ‘3-Ⅱ-72 #220’(1972·254×202㎝). ‘김환기 하이퍼큐브 NFT 프로젝트’에 나설 작품은 알루미늄 소재의 거울로 무한히 반사해내는 공간이 만드는 입체감을 특징으로 한다고 귀띔했다(사진=아트토큰).


관건은 멀티미디어 VFX(시각효과)기술에 달린 셈. 실제로 영화 ‘반지의 제왕’ ‘아바타’ ‘어벤져스’ 제작에 참여한 뉴질랜드 영화기술기업 웨타디지털 출신의 이기형 VFX기술감독 등이 전문가로 참여했다. 완성작은 오는 6월쯤 공개하겠단다.

감히 작품가로 가늠할 수 없는, 김환기의 상징 같은 수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Ⅳ-70 166’(1970)도 올해 일찌감치 ‘NFT 선언’을 한 상태다. 지난달 갤러리현대의 도형태 대표가 NFT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면서 1순위로 언급한 작품이다. 작품은 NFT만을 전담하는 회사로 창립한 에이트(AIT)를 통해 NFT 플랫폼 에트나(ETNAH)로 공개할 예정. 가격·형태 등 구체적인 내용은 베일에 싸여있다.

디지털아트를 NFT로 발행·거래하고 온라인 플랫폼 에트나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트를 설립한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가 지난달 NFT 사업 첫 공개에 나섰다. 뒤로 에이트에서 NFT로 제작할 김환기의 전면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Ⅳ-70 #166’(1970·232×172㎝)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NFT로 다시 태어나는 김환기 작품’의 배경에는 환기재단·환기미술관이 있다. 작품관리에선 첫손에 꼽힐, 이미지 한 장도 허투루 내놓지 않아 깐깐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환기재단·환기미술관이 저작권 사용을 승인하는 데서 나아가 협업에까지 관여했다. 서울옥션블루는 “환기재단으로부터 ‘우주’에 대한 독점적인 저작권 사용을 정식 승인받았다”며 “국내 첫 김환기 NFT 작품”에서 의미를 찾았다. 또 아트토큰은 “환기미술관과 함께 김환기 하이퍼큐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에이트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바탕으로 한 NFT 작품을 환기재단과 협업해 제작한다”고 출사표 첫줄에 내걸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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