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의 `K시리즈` IPO…부진했던 케이카, 케이옥션은 성공할까

한앤코 보유 케이카…롯데렌탈 부진 악영향 시각
서울옥션 최고가 경신에 케이카는 흥행 청신호
올 들어 MZ세대 뛰어든 미술품 경매시장 호황
  • 등록 2021-10-21 오전 12:10:00

    수정 2021-10-21 오전 2:48:41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수조원 대 자산을 운용하는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가 연이어 투자 기업에 대한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PEF는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두며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지만 IPO시장에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한다. 최근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케이카(381970)의 경우 공모주 청약에서 낮은 경쟁률로 부진했던데 이어, 상장 이후 주가도 공모가를 밑돌며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IMM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케이옥션이 연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자인=문승용 기자)
‘케이옥션’ 연내 상장 목표…‘케이카’ 부진에 촉각

20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와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옥션(063170)과 함께 국내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케이옥션은 지난달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연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옥션은 총 890만 9420주를 상장하며 이 중 공모 물량은 160만주(18%)로 예정돼 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PEF로서는 처음 경매업체인 케이옥션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 상환전환우선주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케이옥션의 기업가치는 1080억원 정도로 산정했고, 기업공개를 고려한 프리IPO(상장 전 자금투자)로 인식돼 왔다. 이후 케이옥션은 지난 2018년 한국투자증권과 주관 계약을 체결해 한차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신영증권으로 대표 주관사를 교체해 상장을 준비해 왔다.

2005년 설립된 케이옥션은 미술품 경매와 중계, 위탁·자기 판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낙찰총액은 517억원으로 서울옥션(434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지만, 2020년 실적(연결재무제표 기준)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액 242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21%, 63%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 1위 업체로 PEF가 투자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얼마 전 코스피에 입성한 케이카(381970)를 떠올리게 한다. 또 공교롭게도 업체명에 우리나라를 뜻하는 ‘케이’(K)가 들어가 있는 점도 같다.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기업인 케이카의 경우 SK그룹의 중고차 브랜드인 ‘SK엔카’가 전신으로 한앤컴퍼니가 중고차 직영 부문을 2018년 인수해 조이렌터카를 흡수합병하며 사업을 키워왔다. 케이카는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며 미국에서 ‘중고차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카바나와 비교되며 상장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공모 청약 경쟁률은 크래프톤(259960)(7.79대 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8.72대 1’에 그쳤고 증거금도 3668억원에 불과했다. 또 지난 13일 상장 직후부터 공모가(2만 5000원)를 하회하는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공모 청약의 흥행 실패 원인으로 앞선 대규모 IPO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낮은 참여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스피에 먼저 상장한 렌트카 1위 업체 롯데렌탈(089860)의 부진한 주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렌탈은 상장 첫날인 8월 19일 당일부터 공모가(5만 9000원)을 밑도는 5만 5500원으로 장을 마쳤고, 두 달이 지난 현재도 공모가 대비 30% 이상 낮은 4만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다만 케이카측은 “업태가 완전 다르다”며 롯데렌탈과의 업종 유사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술 경매시장 호황…경쟁사 ‘서울옥션’ 주가 고공행진

반면 케이옥션은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서울옥션의 주가가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공모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술품 경매시장은 지난해 부진을 씻고 올 들어 MZ(1980년대 이후 출생자)세대까지 투자에 뛰어들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한해 국내 경매시장은 약 3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는 케이옥션의 피어그룹으로 예상되는 서울옥션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2만 4950원·종가 기준)를 기록했던 2015년 당시 2500억원과 비교해 20%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또 서울옥션의 정기경매 점당 낙찰가는 올 9월 기준 1억 5000만원으로 2019년(6700만원), 2020년(6000만원)과 비교해 2배가 넘고 있다.

서울옥션 주가도 이날 장초반 2만 5950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1년 전인 2020년 10월 20일 종가(4860원)와 비교하면 5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서울옥션의 시가총액도 올 초 1000억원대에서 이달 들어 4000억원을 넘어섰고 주가수익률비율(PER)도 50배에 달하고 있다.

케이옥션도 올 들어 9월까지 낙찰총액이 853억원으로 이미 전년 한해치(517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올 한해 낙찰총액은 전년의 두 배에 달하는 1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에서 케이옥션의 공모 흥행을 낙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K-미술’시장이 MZ세대에게 대체투자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은애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술품 투자는 고액자산가 고유의 영역에서 벗어났고, 새로운 유입층인 MZ세대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투자자산으로서의 수단 외에도 취미와 배움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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