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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직장인 이모(39)씨는 최근 주거래은행에서 대출 상담 후 짐짓 놀랐다. 이씨가 지난해 7월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당시 금리보다 큰 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씨가 약 10개월 전 한 시중은행에서 30년 만기 혼합형 주담대(첫 5년 고정금리·이후 변동금리)를 통해 돈을 빌렸을 때 금리는 3.20%. “특판 상품인 만큼 앞으로 이보다 낮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받은 주담대였다. 당시 다른 은행들의 금리는 3% 중반대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주담대 고정금리가 최저 2% 중후반대까지 하락한 것이다. 이씨는 “몇 달 사이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급락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 했다. 은행 창구에서도 대출 갈아타기 등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국민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최저 2.69%
주담대 고정금리가 역대 최저로 하락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주담대에 연동된 금융채 장기금리가 떨어지자, 대출금리도 즉각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가 하락세를 탈 수 있는 만큼 신규 대출자의 경우 고정금리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취급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이번주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2.69~4.19%로 나왔다. 지난주와 비교해 0.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급여이체 신청 등 우대금리 요건을 맞추면 최저 2.6%대에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주담대 고정금리가 뚝뚝 떨어지는 건 서울채권시장 상황과 관련이 깊다. 고정금리는 주로 만기가 긴 은행채 5년물과 연동돼 있다. 경기 흐름에 민감한 이 장기금리가 하락세를 타자, 대출금리도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지난 13일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934%에 마감했다. 올해 3월말 2%대를 하회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주담대 변동금리 하락 폭은 고정금리보다 작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변동 대출 기준금리(COFIX)는 1.94%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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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대출자는 고정금리 주담대 유리”
이 때문에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은 ‘이상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이어진 역전 흐름이다. 이날 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3.16~4.66%를 기록했다. 고정금리보다 0.47%포인트 높다. 이는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의 이날 주담대 고정금리는 3.07~4.08%. 변동금리(3.39~4.64%)보다 0.32%포인트 낮은 수치다. △우리은행(고정금리 2.93~3.93%, 변동금리 3.34~4.34%) △NH농협은행(고정금리 2.73~4.13%, 변동금리 2.93~4.43%) 등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신규 대출자에게 주로 고정금리를 추천하고 있다. 정우성 신한은행 PWM분당센터 PB팀장은 “통상 향후 금리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고정금리 매력이 크고 금리도 높기 마련”이라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낮다면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는 고정금리로 가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출 갈아타기 등의 문의는 아직 뜸한 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 이상으로 대출을 받았을 경우 대출을 갈아타려면 현재 LTV 40% 규제를 적용해 새로 계약해야 한다”며 “20%포인트가 넘는 나머지 목돈이 있는 대출자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