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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롯데그룹의 롯데카드 매각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의 최고경영자(CEO)가 탈세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이는 법상 금융회사를 인수하려는 대주주로서 ‘결격 사유’가 될 수도 있는 만큼 금융 당국도 검찰 수사 등 사태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앤코 대표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새노동조합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KT 새노조는 앞서 지난 3월 황창규 KT 회장과 김인회 KT 사장, 한상원 한앤코 대표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업무상 배임(背任),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이 고발 한 달여 만에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KT 새노조가 한 대표 등을 고발한 것은 한앤코가 지난 2016년 10월 KT와 KT 종속회사인 나스미디어에 매각한 온라인 광고 대행사인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 때문이다. 한앤코가 당시 자본금이 2억6000여만원에 불과한 엔서치마케팅을 영업권 등 회계 장부상 무형자산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계산한 시가(공정가액·176억원)보다 3배나 많은 600억원에 KT에 팔았다는 것이 새노조의 주장이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한앤코의 롯데카드 인수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신용카드회사 등 금융회사 지분을 사들여 대주주가 되려는 법인의 최대 주주와 대표자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이 있어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한앤코처럼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인수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경영 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업무집행법인(GP·무한책임사원)과 그 법인의 대표자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한 대표의 탈세 혐의도 당연히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 고려 대상이 된다”고 했다. 다만 실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금융위가 법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하거나 법 위반 사실이 건전한 업무 수행을 방해한다고 볼 수 없을 경우엔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
한앤코 “KT 새노조 주장, 말도 안되는 얘기”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한 안에 금융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위반으로 여겨 롯데지주에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은 ‘2년 유예 기간 중 급격한 주가 변동, 주식 처분 금지 계약 등으로 주식 처분이 곤란한 경우에는 공정위 승인을 받아 금융 계열사의 지분 해소 기한을 2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10월까지 롯데카드 지분을 매각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하면 미리 공정위에 기한 연장 신청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지주는 앞서 지난 3일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코를 선정했다. 한앤코는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93.78% 중 80%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는 이날 “구체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한앤코 관계자는 “우리는 엔서치마케팅을 KT에 오히려 싸게 팔았다고 생각한다”며 “KT 새노조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조만간 아무 이슈없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세무 업계 관계자는 “통상 법인 지분의 시가를 평가할 때 상속증여세법의 평가 방법을 준용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상속증여세법은 개인 간 거래에만 적용하는 것이고 한앤코의 경우 엔서치마케팅 매각으로 얻은 이익 만큼 법인세를 냈을 것이므로 노조 측 주장의 근거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