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꼼수대출 Vs 대박 아이디어‥방배그랑자이 파격 중도금 연체이자

연체이자 5% 적용‥사실상 중도금 대출 우회 지원
분양가 9억이상 청약 사다리 역할‥실수요자는 대환영
마땅한 제재 근거 없어…대출규제 꼼수대출 지적도
  • 등록 2019-05-13 오전 6:00:00

    수정 2019-05-15 오전 10:59:46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대출이 막혀 좀처럼 강남권 청약을 넣지 못했는데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거죠.” VS. “사실상의 중도금 대출로,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입니다.”

GS건설이 서울 강남권에서 시공하는 ‘방배 그랑자이’가 중도금 연체이자를 파격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중도금 대출을 제공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대출규제 장벽에 가로 막힌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한편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대출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대출규제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우회 대출은 당분간 확산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개입할 근거가 마땅찮아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연체해도 이자는 5%만 부과…방배 그랑자이 파격실험

12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방배그랑자이의 시행사(방배 경남아파트재건축조합)와 시공사인 GS건설은 일반분양 가구를 대상으로 중도금을 3회 내면 나머지 3회를 연체해도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연체 이자도 5%만 부과하기로 했다. 통상 중도금을 연체하면 7~8%의 가산이자가 붙는 것과 견주면 파격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전체 분양금액의 30%인 중도금 3회분을 입주를 앞둔 잔금 납입 시점에 그것도 5%의 연체이자만 물고 한꺼번에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고소득자도 모아둔 자금이 없으면 청약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그랑자이의 시중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연 4.5% 안팎) 수준의 파격적인 연체이자를 적용해 사실상 중도금 집단대출 지원 효과를 낸 것이다. 건설사와 분양 당사자간 사적 계약이라 연체를 해도 신용도에 악영향도 없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작은 59㎡타입의 경우 분양가가 10억~12억원인데 일반 분양을 받은 소비자들은 3억원에서 4억원 가량의 자금마련 부담을 덜 수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은 계약자들이 내는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토지비나 건설비로 충당한다. 이 사업장의 경우 재건축조합이 시행하는 사업으로 토지매입 비용이 없다. 신규 아파트 입주자의 3분의 2가 조합원인데, 이들이 내는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공사비를 감당할 수 있어 일반분양자들에게는 중도금 납입을 미루는 일종의 ‘특혜’를 줘도 차질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입지가 좋고 강남진입을 원하지만 자산은 넉넉지 않은 30~40세대를 타깃으로 한 사업장이라 이들의 수요를 끌어내려는 마케팅 전략도 가미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박 아이디어 혹은 꼼수 대출

강남권 진입을 원하는 실수요층은 이런 저리의 중도금연체이자 부과방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A씨는 “부동산 카페를 중심으로 이런 방법이 널리 알려졌다”며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아이디어로, 다른 곳에서 기회가 된다면 청약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배그랑자이 분양과정에서 부각된 저리의 중도금연체이자 부과는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주요 입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9억을 넘는데 이 경우 중도금 대출이 막혀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런 방식을 잘 활용하면 청약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대출규제를 피하려하는 꼼수대출이라는 지적도 공존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서울 강남권의 고가주택으로 유입되는 돈의 흐름을 막아 전체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이런 우회로가 활용되기 시작하면 대출규제 정책의 약발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중도금 대출을 미루는 대가를 분양가에 반영해 분양가격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그랑자이 고층은 가격이 평(3.3㎡)당 5000만원을 넘어가 주변 새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일부는 넘어서는 경우까지 있었다.

또 집값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면 분양자나 건설사 모두 위험이 커지는 구조다. 입주 시점에 잔금대출을 받거나 전세입자를 구해 중도금을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40%가 적용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받아 자칫 대출길이 막힐 수 있다.

금융당국은 당장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설사와 개인간 계약에 금융회사가 끼지 않아서다. 국토부도 “사적 영역의 거래”라며 현재로서는 지켜본다는 생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는 여전한데 정부가 강한 대출 규제로 억누르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비슷한 방식의 우회대출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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