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조대 미술시장…화룡점정 노리는 역대 최대 아트페어[아트&머니]

키아프,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와 협업
9월 코엑스서 공동개최…350여 화랑 집결
"작년 3배로" 키아프 매출 2000억원 예상
올해 미술시장 상반기에만 5329억원 규모
국내외 손잡은 아트페어로 1조 달성 눈앞
  • 등록 2022-07-11 오전 12:01:00

    수정 2022-08-21 오후 12:44:38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 2021’ 전경. 오는 9월 초 ‘프리즈 서울’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동개최하는 키아프는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 650억원의 3배인 200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사진=한국화랑협회).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미술시장이 대단히 부산하다. 한꺼번에 터져 나온 하반기 전망들이 바깥 날씨만큼이나 온도를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당장 올해 말 한국미술시장 규모가 1조원을 찍을 것이란 예측치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2022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가 ‘역대 매출’에 대한 기대치로 출사표를 던졌다. 하나 더 있다. ‘프리즈 서울’이다. 글로벌 아트페어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이 미술장터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상륙한다.

하반기 이 그림이 특별한 것은 세 가지가 따로 놀지 않고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사상 처음이 될 ‘1조원대 한국미술시장 규모’는 키아프의 성공 여부에, 또 키아프는 ‘프리즈 서울’의 흥행 여부에 달렸기 때문이다.

‘1조원대 한국미술시장’은 올해 상반기 미술시장 규모를 집계한 데서 나왔다. 총 5329억원이다. 이는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이 산출한 결과. 상반기 경매시장 1450억원, 아트페어 1429억원, 화랑 2450억원 등을 합산해 추정치로 내놨다. 하반기 미술시장을 적어도 상반기만큼 유지할 수 있다면 1조원대 진입이 무난하다는 계산인 거다.

지난해 상·하반기를 통틀어 한국미술시장이 폭발시킨 규모는 9157억원이다. 경매시장이 3242억원, 아트페어가 1543억원, 화랑이 4372억원의 매출을 각각 써냈더랬다. 그렇다고 올해 하반기 전망이 이에 못 미치는 건 아니다. 아니 수치로는 정반대다.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총 시장 규모의 58%를 넘어선 데다가, 바로 가을에 대규모 아트페어가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미술시장 매출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부문도 아트페어다. 3월 화랑미술제(약 177억원), 5월 아트부산(약 746억원) 등 6개 아트페어에서의 거래액 1429억원은, 지난해 총계인 1543억원에 이미 바짝 다가섰으니까. 지난해 상반기 아트페어 매출 538억원만 놓고 비교하면 165.6%가 늘어났다.

최근 4년간 국내 미술시장 규모(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자료=예술경영지원센터)


“키아프, 지난해 매출 대비 3배로 키운다”

‘아트페어’는 대중이 가장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장터다. 갤러리와 작품, 작가와 컬렉터가 한자리에 모여 큰판을 벌이는데, 이전에 거래한 적 없는 미술품을 내다건다는 점에선 화랑, 성격이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다는 점에선 경매를 닮았지만 좀더 광범위하다. 말 그대로 장터를 표방하는 만큼 슈퍼컬렉터보단 대중에 방점이 찍히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올 가을 예고된 아트페어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해외 미술계 거물급 ‘큰손’의 활약이 기대되는 거다. 오는 9월 2∼6일 닷새간 여는 ‘키아프 서울 2022’가, 9월 2∼5일 나흘간 여는 ‘프리즈 서울’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동시에 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인 장터와는 구분해 9월 1∼5일 닷새 동안 서울 대치동 세텍에 ‘키아프 플러스 2022’까지 차려 판을 키운다.

키아프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7개국 164개 화랑(해외 60여개)이 참여하는 ‘키아프 서울 2022’의 윤곽을 내놨다. 이 자리에서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21주년을 맞는 키아프의 명성에 걸맞게 수준 높은 갤러리의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며 “서울에서 처음 여는 ‘프리즈 서울’과 공동주최를 통해 한국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 2021’ 전경. 오는 9월 초 ‘프리즈 서울’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동개최하는 키아프에는 17개국 164개 화랑(해외 60여개)이 참여한다. ‘프리즈 서울’을 따라 서울에 입성할 화랑은 20여개국의 110여개(해외 90여개)로, 같은 기간 코엑스 전관을 들썩일 국내외 화랑은 280여개에 달한다(사진=한국화랑협회).


그도 그럴 것이 몸집을 키운 키아프 규모도 적잖지만 ‘프리즈 서울’을 따라 서울에 입성할 화랑이 20여개국의 110여개. 이 중 국내 화랑 12개를 제외한 해외 유수의 화랑만 90여개다. 따라서 당장 9월 초순 코엑스 전관을 들썩일 국내외 화랑은 28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키아프는 코엑스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을, ‘프리즈 서울’은 3층 C·D홀을 사용하는 것으로 공간을 가름했다. 한편 세텍의 ‘키아프 플러스’에는 11개국 73개 화랑이 참여할 예정. 5년 이하의 신생 화랑이나 젊은 작가의 작업 위주로 NFT, 미디어아트 등을 중점적으로 꾸려낸다.

덕분에 “지난해 대비 매출 3배 성장”이란 예측이 키아프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해 키아프 매출이 650억원이니 올해 2000억원 시장을 내다본 거다. 황 협회장은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코로나19 감염 재확산이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프리즈와 공동개최로 그림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불러들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난 7일 한국화랑협회가 개최한 ‘키아프 기자간담회’. 이날 도형태(맨 왼쪽) 한국화랑협회 부회장은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공동개최에 대해 설명하며 “한 공간, 한 기간, 한 티켓으로 두 아트페어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협업의 큰 줄기”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황달성(왼쪽에서 네 번째) 한국화랑협회장, 패트릭 리(왼쪽에서 세 번째) 프리즈 서울 디렉터 등이 함께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공동티켓으로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동시에 본다

하지만 그간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공동개최를 두곤 말이 많았다. ‘협업’이라는데 그 근거로 삼을 내용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선 도형태 한국화랑협회 부회장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한 공간, 한 기간, 한 티켓으로 두 아트페어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협업의 큰 줄기”라며 “세계 어떤 아트페어도 티켓을 공유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도 부회장이 강조한 ‘한 티켓’의 구체적인 사용범위나 가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공동개최의 의미를 살려 단일권으로 통합 운영한다는 데까지만 합의를 봤다.

‘프리즈 아트페어’를 줄여 부르는 프리즈는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했다. 2012년 뉴욕, 2019년 LA에까지 진출하며 세계적 톱 브랜드로 우뚝 섰다. 키아프와의 협업은 지난해 5월 결정했는데, 앞으로 5년간 키아프를 여는 매년 가을 ‘프리즈 서울’을 공동개최하기로 한 거다. 구성은 크게 세 가닥이다. 주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메인세션, 고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작품을 들고 18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프리즈 마스터즈’, 아시아에서 2010년 이후 개관한 갤러리 작가 10명을 소개하는 ‘포커스 아시아’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영국 프리즈가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진출한 이후 올해 2월에 연 ‘프리즈 LA’ 전경. 오는 9월 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 ‘프리즈 서울’을 따라 함께 입성할 화랑은 20여개국의 110여개. 이 중 국내 화랑 12개를 제외한 해외 유수의 화랑만 90여개다(사진=프리즈 서울).


‘프리즈 서울’은 국내에 한 번도 들이지 못한 세계 최고 화랑이 줄줄이 따라온다는 의의가 가장 크다. 이 중에는 미국의 가고시언이나 벨기에의 악셀 베르보르트 외에도 데이비드 즈워너, 하워저&워스, 화이트큐브 등이 끼어 있다. 다만 이번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는 국내 12개 화랑 중 국내 3대 화랑으로 꼽히는 가나아트가 탈락해, 선정심사에 의문을 만들기도 했다. 프리즈의 매출 규모는 드러난 적이 없다. 그저 매회 1조원대 정도로 추산한다.

올 가을을 향한 한국미술시장은 한껏 부풀어 있다. 판이 커진 만큼 매출도 커질 거란 기대감은 오히려 기본이다. 미술계는 이보다 한국미술시장의 궁극적인 과제인 “한국 작가들을 세계시장에 제대로 소개할 기회를 잡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말 1조원대 달성이야 무난하다 쳐도, 작가란 기둥이 빈약하면 결국 그 규모를 지켜내는 일이 또 다시 미궁에 빠질 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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