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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불리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문재인표 사회정책의 뼈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작년 말 사립유치원 투명성 강화를 위한 이른바 `박용진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불발과 사립유치원들의 사생결단식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개혁 드라이브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다.
강사법 시행을 둘러싼 사립대학과의 갈등도 지속적인 대화와 설득으로 완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 재원 확보에 물음표가 붙어있던 고교무상교육 역시 연내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의 뚝심이 제대로 먹혀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립유치원에 강경 대응…강경파 한유총 입지도 좁아져
유 부총리는 20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제7차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회의에서 “에듀파인 시행으로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이 강화되고 유아교육의 질은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국가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는 사립유치원을 겨냥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유 부총리는 에듀파인을 거부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행정처분과 감사, 형사고발 등 단계적 대응을 예고했다. 교육부는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복할 경우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감사를 거부하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에 의한 형사고발을 추진한다. 특히 한유총이 원생들을 볼모로 휴원·폐원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경찰청·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와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공정위를 통해 유치원 집단행동에 대한 담합조사에 나서고 국세청을 통해서는 세무조사를 추진하는 등 전 방위적 압박을 경고한 셈이다.
이처럼 교육부의 공세 수위는 높아지는 데 반해 한유총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유총 내 온건파가 떨어져 나온 한국사립유치원협회(한사협)이 세(勢)를 불리고 있어서다. 지난 11일 출범한 한사협은 열흘도 안 돼 회원 수 750명을 확보했다. 이는 한유총 가입 유치원 3000여 곳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사협은 에듀파인 도입에 찬성하고 있어 교육부의 새로운 정책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임병하 한사협 대변인은 “회원 당 10만원씩 가입회비를 받고 있는데 7500만원이나 가입비가 모인 점을 감안하면 회원 수는 750명 정도”라고 말했다.
강사법 시행엔 타깃관리, 고교무상교육 도입은 정면 돌파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분야 핵심 공약인 고교무상교육도 올 2학기부터 조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고교무상교육은 당초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2022년 전면 시행이 목표였다. 그러나 유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하자마자 이를 1년 앞당겨 올해 2학기 고3 학생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2학년까지 확대하고 2021년에는 고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게 목표다.
고교무상교육은 고등학생들의 입학금·수업료·교과서·학교운영지원비를 모두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국 130만 고교생의 무상교육을 지원하는데 최소 2조원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내국세의 20.46%인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아직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유 부총리는 “세수 증대 혜택을 학부모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취임 직후부터 고교무상교육을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이같은 유 부총리 행보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근 유 부총리를 보면 인간적 면모와 추진력 있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며 “안산 단원고 명예졸업식에서는 눈물을 보인 반면 사립유치원 개혁이나 고교무상교육 등 꼭 필요한 정책에서는 단호함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