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개최를 주도한 오픈넷은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왔던 공도 있지만, 출범 당시 구글 후원을 받은 바 있어 토론회 자체의 공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 망이용료 협상이 잘 되지 않자 일방적으로 트래픽 경로를 바꿔 국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 이후, 국회에는 구글 등 글로벌 CP(콘텐츠 제공사)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이용자 편익을 높이자는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내 서버 설치 의무화(정보통신망법)▲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의 인터넷 광고 등 과세(부가가치세법)▲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의 품질 유지 의무화(전기통신사업법) 등이다.
그런데 (사)오픈넷과 미 대사관, 고려대가 함께 국회 움직임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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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은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인터넷 교역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서버 현지화는 맞지 않고, 국내의 지나친 인터넷 규제를 외국기업까지 국내에 서버를 두어서 받게 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박훤일 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서버 설치법이 필요한 이유를 들자면 10가지도 넘겠지만 그 뒤에 따르는 문제가 녹록하지 않다”며 “우리나라가 당장 세금을 좀 더 걷으려고 법을 만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됐고 때문에 관광수지가 적자라고 해외여행 제한법을 만들순 없는 것 아닌가. 이는 국격의 문제”라고 말했다.
조장래 한국MS 상무는 “언론에서 미국 대사관과 미국기업, 시민단체가 서버설치법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어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서버 현지화 이슈는 데이터 쇄국정책”이라면서 “한국에 서버를 둔다고 개인정보보호가 더 강화될 것이란 믿음은 없다.구글세 이야기가 나오지만 우리 중소기업이 한국에 서버를 두고 외국에 나가면 우리도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저희는 서버국내설치법에 찬성하는 패널도 섭외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감시와 검열이 촘촘한데 외국 기업들도 서버를 국내에 놓고 법적용을 다 받으라고 하면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고 싶은 이용자는 어찌해야 하는가. 혜경궁 김씨 논란에서 트위터는 국내 검찰에 협조를 안했는데 이는 미국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청객들 “편파적이다”..민족사학인 고려대에서 토론회 개최 비판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근무했다고 소개한 한 청중은 “유럽 이용자의 개인정보 수집에 제동이 걸리자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유럽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토론은 너무 한쪽 측면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를 옮겨 “민족의 사학인 고려대에서 미국계 기업들의 이익만 주장하는 내용의 토론회가 열린다는 점도 문제가 많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토론회 제목이 디지털 주권을 지키자는 것인데 어떻게 지키자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구글과 페이스북만 지키자는 의미인가”라고 비판했다.
고려대측, 균형점 찾자고 했지만…미대사관 “미국기업 활동 공평해야”
명순구 고려대 법학대학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국내 정치권에서는 구글 등 독점적 수익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위해 최소한의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서버설치법 등을 발의했는데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대립할 수 있는 의견들 사이에 상호 이해를 높이고 합리적인 해결책 제시하는 보람있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개회사를 하려던 해리 해리스 대사는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대사관 측 참석자는 전했다.
하지만, 퍼시핀더딜론 주한 미대사관 경제과 공사참사관은 데이터 현지화(서버설치 의무화)에 대한 질문에 “저희 대사관은 무역협정을 할 수 없다”면서도 “일관된 입장은 항상 미국 회사들이 평등한 시장에서 공정하게 일하도록 바라는 것이고, 한국의 번영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