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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선생님, 저는 정말 패션자해 아닌데요. 억울해요.”
초등학교 6학년 신모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습관적으로 자해를 해왔다. 우울함을 자해로 표현한다는 신양은 친구들에게 “있어 보이려고 패션자해 하는 거 아니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청소년 사이에서 패션우울증을 비롯해 `패션자해`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 습관적으로 자해하는 사람에게 허세를 부린다는 뜻으로 `패션(fashion)`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인 일종의 신조어다. 문제는 이같은 말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청소년이 자해를 위험한 행동이 아닌 일종의 유희나 놀림거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자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습관적으로 자해하는 청소년들에 대해선 대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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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청소년 사이에서 ‘자살송’과 자해 상처를 형상화한 ‘자해 굿즈’ 등 자해와 관련된 콘텐츠가 유행했다. 분별력이 부족한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자해가 유행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기도 했다. 트위터에서도 청소년들이 본인의 자해 경험담을 털어놓는 글을 심심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자해한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올리고 댓글을 달아달라고 관심을 유도한다. 바코드 모양이나 ‘죽어’ 같은 문구 등 흉기로 몸에 문양을 내기도 한다. 일부는 패션자해가 아니라며 본인의 우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청소년 자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엔 더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고의적 자해나 자살 사망률이 10만 명당 7.8명으로 청소년 사망 원인 중 1위로 나타났다. 실제 국가응급진료정보망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자살·자해 시도자 수 역시 △2014년 2450명 △2015년 2319명 △2016명 2243명으로 매년 2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정부 “온라인 자해 관련 콘텐츠 규제”…상담가 “혼내기보다 이해 먼저”
전문가들은 온라인의 발달로 자해에 대한 접근이 과거보다 쉬워졌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자해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들은 자해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또래끼리 자해 경험을 공유하며 공동체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박경자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위기지원팀장은 “지난해 경기도 지역의 청소년 상담 건수만 살펴보더라도 자해 관련 건수가 매우 많았다”며 “영향력 있는 유명 BJ가 자해 관련 콘텐츠를 올리니 청소년 사이에서 부적절한 콘텐츠가 유행했고 청소년들이 자체적으로 자신이 자해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또래들과 공유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자해와 자살을 조장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강력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1월 20일 자살, 자해를 조장하는 음악과 영상물에 대한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여가부는 유튜브와 SNS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자해 콘텐츠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관련 음악파일 235건, 영상물 135건에 대한 자율규제를 유튜브에 요청했다. 또 자살·자해 조장 콘텐츠 유통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모니터링팀원을 증원했다.
그러나 이미 현장에서는 청소년 자해 문제가 국가적 재난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청소년은 자해를 하나의 탈출구이자 문화로 여기고 있어 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현장의 노력이 절실하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단순히 관심을 끌려고 비자살성 자해를 한다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청소년 개인마다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관심 끌기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은미 수원시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패션자해라는 말처럼 단순히 아이들이 유행처럼 자해를 한다고 보면 안 된다.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이 발현된 것이다”라며 “어떤 아이들은 자해의 대안을 찾지 못하거나 대안을 찾을 상태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