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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아시스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 주관회사의 동의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오아시스는 지난 7~8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통상 기업들이 수요예측 진행 후 공모가를 확정해 결과를 발표하지만, 오아시스는 일반청약 진행 전날까지 결과 발표를 미루다 끝내 상장 절차를 중단키로 했다.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이면서 상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는 이번 상장에서 희망 공모가를 3만500~3만95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주식수는 523만6000주이며,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9679억~1조2535억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요예측에서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공모가 하단 3만원을 하회한 2만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주매출·유통물량 비중 높아 한계”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오아시스의 총공모주식수는 523만6000주로, 이중 신주모집이 366만5000주(70%), 구주매출이 157만1000주(30%)였다. 구주매출은 공모로 조달한 자금이 기존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으로, 구주매출 전량은 대주주인 지어소프트(051160) 지분이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은 기업의 밸류에이션보다 유통물량과 시가총액에 민감하게 평가받는 측면이 있다”며 “오아시스는 흑자를 내고 있지만 시가총액이 크고, 유통물량이 많기 때문에 예상보다 좋게 평가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일 흑자 이커머스인 오아시스마저 상장을 철회를 결정하면서 당분간 대어급 기업을 향한 IPO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오아시스에 앞서 컬리, 현대삼호중공업, 케이뱅크 등 연초에만 여러 대어가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해에도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CJ올리브영 등 13개 기업의 상장 철회를 하며 중소형주를 제외한 대형주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긴축 정책이 완화되고 있는 데다 리오프닝 효과 등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점차 분위기가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규모가 큰 기업들은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오아시스도 매크로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보다 시장이 개선되는 하반기에는 대어급 기업의 상장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