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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최근 잇달아 한반도 동쪽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동해안 특히 경북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가장 강력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그 이듬해인 2017년 11월엔 경북 포항에서 역대 두번째에 해당하는 규모 5.4 지진을 겪은 터라 `지진 공포`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5분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38㎞ 해역에서 규모 3.8 지진이 발생했다. 정확한 발생 위치는 북위 36.86도·동경 129.80도다. 발생 깊이는 21㎞로 추정된다. 올 들어 세번째로 큰 규모다. 앞서 지난 19일 강원도 동해시 앞바다에서 규모 4.3 지진이 있었고 2월10일에는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서 규모 4.1 지진이 일어났다. 단 사흘 만에 한반도 인근 동해에서 규모 4.0 안팎의 지진이 발생한데다 나란히 진도 1~3위를 기록했다.
지역에 따라 진동을 느끼는 계기 진도는 경북과 강원도가 3, 충북은 2로 분석됐다. 3은 `실내 특히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느끼며 정지하고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림` 수준이고 2는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느낌`으로 표현된다. 본진 약 4분 뒤인 오전 5시49분에는 최초 지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규모 1.3의 여진도 발생했다.
울진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한 40대 회사원은 “2017년 11월 포항에서 지진을 겪은 후 직장 때문에 울진으로 옮겼는데 이 곳에서 다시 지진을 느끼니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라며 “지진이 일상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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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 지진의 진앙반경 50㎞ 이내에 규모 3.0 이상 지진 발생 빈도가 2000년대 들어 잦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1978년 1월 1일 이래 현재까지 총 20번의 지진을 분석한 결과 17차례나 2000년 이후에 집중돼 있다. 지난 2013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5년여 간 잠잠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해마다 규모 3.0이 넘는 다소 강한 지진이 계속되고 있다.
2006년에는 4월 한 달 동안 세 차례나 지진이 나기도 했다. 1985년 6월엔 이날 지진으로부터 불과 10㎞ 밖에 떨어지지 않은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28㎞ 해역에서 이번 지진과 동일한 강도인 규모 3.8 지진이 일어난 전례가 있다. 최대 규모는 2004년 5월 5.2에 이른다. 규모 2.0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1978년 후로 75회나 되는데 가장 최근에 일어난 지진이 올해 1월31일 규모 2.2의 지진으로 석 달이 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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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은 금물…“동해안 지진 모니터링 강화해야”
다행히 쓰나미 발생이 없어 피해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기상청 관측이다. 지진이 발생하고 1시간 15분이 경과한 오전 7시까지 지진을 감지했다고 신고한 유감 신고는 경북에서 11건, 강원에 1건이 접수되는 등 12건에 달할 만큼 생각보다 적었다. 또한 이번 울진 동남동쪽 38㎞ 해역 지진은 지난 19일 발생한 규모 4.3의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 지진과 거리상 116㎞ 정도 떨어져 있어 연관이 적은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진앙 인근 지열발전소로 인해 촉발됐다고 결론 난 2017년 11월 포항지진을 빼곤 대부분 자연지진이어서 방심은 금물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해저 산사태로 인한 쓰나미 발생 가능성이 있는데다 동해안에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돼 있음을 감안하면 동해안 지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아직 이름이 없는 무명 단층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한반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 쪽으로 끌려가 지진이 발생하기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언젠가는 한반도에서 규모 7.0 안팎의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최근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동해나 그 인근 지역에서 이런 대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