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자기 일 이해못한 듯"… 현직 한은 본부장이 본 폭로 사태

  • 등록 2019-01-03 오후 3:32:19

    수정 2019-01-03 오후 3:32:19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KT&G 사장 인사 개입과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 청와대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현직 한국은행 본부장이 청와대의 적자부채 발행 압력을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자기 일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차 본부장은 1985년부터 한국은행 조사국, 자금부, 금융시장국 등에서 근무한 금융전문가로, 지난해 6월 금융결제국장에서 부산본부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다.

차 본부장은 신씨가 언급한 바이백 제도와 관련, “1999년 세계은행과 컨설팅해서 이 제도를 도입하는 데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부실뉴스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글을 올린 배경을 밝혔다.

차 본부장에 따르면 바이백은 정부가 남는 돈으로 국채를 만기 전에 되사는 조치인데, 일반적으로 바이백 이후에는 그만큼 국채를 다시 발행한다. 상환 목적의 매입이라면 “바이백이라고 하지 않고 조기상환(early-retirement)이라고 한다”는 것이 차 본부장 설명이다. 따라서 바이백 이후 다시 국채 발행이 이루어지므로 바이백 취소 유무와 국가채무비율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차 본부장은 결국 바이백은 금융시장 채권 딜러들이 새로 유통되는 채권을 선호한다는 이유 때문에 정부당국자들이 시행하는 것으로, “실무자 차원의 포퓰리즘일 뿐, 국가채무비율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차 본부장은 “신재민 전 사무관이 자기 일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별로 유능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덧붙였다.

앞서 신씨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갑자기 바이백을 취소한 것이, 청와대에서 다음 연도 적자재정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최대한도까지 할 것을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바이백이 일시 취소된 뒤 결국 예정대로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실무현장에서 이뤄진 통상적인 수준의 업무 협의 과정이 있었던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신씨 주장처럼 4조원 규모의 적자부채 발행을 강행했더라도 그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0.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쳐, 신씨가 주장하는 청와대의 정무적 필요성(적자비율을 늘려 이후 년도 적자재정 운영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을 충족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한편 3일 신씨는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지인에게 보내고 관련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경찰 추적 끝에 무사히 발견되는 소동을 겪었다. 신씨는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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