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선박 수주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포인트로 ‘기술·가격·정책 지원’ 세 가지를 꼽는다. 전문가들은 기술 면에서는 한국이 월등히 앞서 있으나 가격과 정책 면에서는 막강한 국영은행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유리한 입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선박 금융 제도 등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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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영국 해운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14일까지 전 세계에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 101척 중 한국조선해양이 절반 이상인 54척(55%)을 수주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 물량으로 알려졌다. 최근 메탄올 추진선 발주가 늘고 있는 건 글로벌 친환경 선박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나서면서 올해부터 총톤수 400톤(t) 이상 모든 선박은 IMO가 정한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등을 지켜야 하는 등 규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친환경 선박은 해운업계 대체 연료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이 대부분이었지만, LNG 역시 탈탄소 목표 달성을 위한 과도기적 연료로 평가된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는 메탄올은 저장 시 높은 압력과 극저온이 요구되는 LNG와 달리 상온이나 일반적인 대기압에서도 저장·이송이 쉽고 초기 구축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양에 배출해도 물에 녹아 오염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탄올은 천연가스, 이산화탄소 등을 고온에서 합성가스로 전환한 뒤 수소화 반응을 거쳐 생산한다. 특히 ‘그린 메탄올’은 신재생 에너지원인 풍력, 태양광 발전 등으로 수전해 생산한 청정수소(그린수소)를 육·해상 여러 산업군의 배출가스로부터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합성해 만든다. 배출한 탄소를 그대로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탄소 제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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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6월 글로벌 최대 해운사 머스크로부터 소형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파일럿 형태로 수주했다. 해당 선박은 올해 상반기 인도에 앞서 곧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같은해 8월에는 세계 최초로 건조한 머스크의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힘센엔진을 탑재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메탄올 추진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4척을 인도한 것이 전부이다. 초대형에서는 아직 수주 물량만 있고 인도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저 자국 물량이 대부분이다.
친환경 선박 건조비용 상승…금융 지원 중요성↑
문제는 중국이 메탄올 추진선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저가 수주를 통한 물량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세계 3위 해운사 CMA CGM은 최근 한국 조선사가 아닌 중국 다롄조선에 1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메탄올 추진선 6척을 발주했다. 이번 수주전은 한국 조선사들과 다롄조선이 경쟁을 벌였는데, 가격 면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해운사와의 탄탄한 동맹도 강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랑스 해운사 CMA-CGM는 중국 국영 해운인 COSCO와 같은 해운 동맹인 ‘오션 얼라이언스’ 회원사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관계”라며 “동맹 회원사가 중국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면 중국 정부로부터 유리한 금융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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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조선·해운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본 원칙은 선박 금융”이라며 “중국에 앞서기 위해 현실적인 여건에서라도 선박 금융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해사클러스터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형 해사협력기구’를 만들어 글로벌 동맹군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조선, 해운을 단순 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국내에서는 정부 산하에 해상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협력기구를 설립하고 국내 조선사와 해운사, 기자재사, 연구기관, 선급 등 해사기관, 각 대안 연료의 안전기준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등이 필수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