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전쟁 대비하는 화웨이…공급업체 단속하고 유럽 껴안고

美 블랙리스트 제재 이후 日기업 등 핵심 공급업체에 전화
핵심 공급업체 중 美기업 33곳…中 25개·日 11개
개별 접촉해 거래지속 여부 등 점검…결속 다지기 나서
밖으론 유럽 껴안기…제2의 화웨이 경고·反美 전선 구축
  • 등록 2019-05-22 오전 11:16:34

    수정 2019-05-22 오전 11:22:52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 제재에 맞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안으로는 공급업체들과의 관계를 재확인하는 등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유럽 껴안기에 나서면서 반미(反美)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美기업 제외 핵심 공급업체 59곳…전화로 거래 지속 여부 점검

2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에 대응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체제를 가동, 공급업체들과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있다.

화웨이는 전 세계 170여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일본, 유럽, 미국 등지의 1만3000여개 이상의 공급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 중 핵심 부품을 제공하는 92개사를 주요 공급업체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33개로 가장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화웨이가 작년 한 해 미국에서 수입한 부품은 110억달러(약 13조원) 규모다. 전체 부품 조달비용 700억달러의 약 16%에 달한다. 다음으로는 중국(25개), 일본(11개) 등의 순이며, 한국, 독일, 홍콩 및 기타 국가 기업들이 소수 포함돼 있다.

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미국 내 공급업체들과 개별 접촉해 미국 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 이후에도 지속 협력 또는 거래가 가능한지 점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핵심 공급업체 중 3곳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화웨이 측에서 전화가 와서 제재 대상이 되는 미국 기술이 쓰였는지 물었다”고 전했다. 이 중 한 곳은 일본 기업으로 “일본 내 본사에 보고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화웨이가 “1년치 핵심 부품 재고를 확보해뒀다”면서 자신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가 다른 나라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는지 걱정해 점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화웨이에 상품 및 기술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은 정부로부터 승인을 얻도록 했다. 상무부는 또 전날 화웨이가 기존 네트워크의 보수·점검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한 목적으로 90일간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임시 면허를 발급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미국 기업들이 대처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석 달 간 부여한 것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도 성명을 통해 “기업들이 다른 조치를 취할 시간을 주고, 현재 주요 서비스에서 화웨이 장비에 의존하는 미국과 해외 통신사들에게 적절한 장기적 조치를 결정할 시간을 준다“면서 미국 기업 및 소비자들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에이브러햄 리우 화웨이 유럽지역 부대표. (사진=AFP)
밖으론 유럽 껴안기…제2의 화웨이 경고·反美 전선 구축

화웨이의 대외 행보도 주목된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를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한편 유럽 정부에게는 지지를 호소했다. 반미 전선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화웨이에게 중요한 구매 시장이라면 유럽은 중동, 아프리카 등과 더불어 중요한 판매 시장이다. 지난해 이들 지역에서 올린 매출은 1070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28%에 달한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에이브러햄 리우 화웨이 유럽지역 부대표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블랙리스트 지정은 중국 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무역 규칙에 대한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다. 당장 내일 다른 국가 기업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의 조치는)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에게 “화웨이 장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사용 금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리우 부대표는 “안보 우려를 줄이기 위해 EU의 모든 정부, 고객들과 스파이 활동 금지 합의(no-spy agreements)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면서 “5G 출시도 최근 상황 때문에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최근 몇 주 동안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들과 스파이 활동 금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보다는 화웨이 편에 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합적 요인이 뒤얽혀 있다. 우선 EU 역시 최근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영국과 독일 등은 이미 5G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미국 측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화웨이가 유럽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화웨이의 유럽 본부 직원 중 70%가 유럽인이며, 이들에 대한 임금 및 연구 협력 자금 등으로 매년 60억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리우 부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공격하고 있지만 중립을 지켜주는 유럽 국가들이 고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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