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게임, 직접 해보고 말하라"..150여 학부모가 공감한 토론은

6일 한콘진 제4회 게임문화포럼 개최
학계 “게임장애 등재 우려” 한 목소리
“직접 해보면 게임 속에 ‘질병’ 있는지
‘소통·학습·문화’ 존재하는 지 알 것”
  • 등록 2019-04-07 오후 3:01:13

    수정 2019-04-07 오후 3:01:13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4회 게임문화포럼 내 패널토의에 참석한 (왼쪽부터)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김상도 대구부모교육연구소 소장, 방승호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 교장, 이동건 게임연구소 소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하루 종일 앉아 게임만 하는 것, 그것이 전부였어. 따가운 시선과 지겨운 잔소리. 하지만 후회 없어. 너라면 할 수 있어. 내가 네 뒤에 있을게. 해낸다는 생각으로 꿈을 한 번 더 펼쳐봐. 안개가 걷힐 거야.”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4회 게임문화포럼 현장. 엄숙하면서도 진중하던 포럼 현장에 갑자기 음악이 깔리더니 패널 토의를 진행 중이던 방승호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 교장이 이러한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포럼에 참석한 게임업계 및 유관 학계 관계자는 물론 자녀의 게임 과몰입에 대한 우려를 안고 방문한 일반인 부모 등 150여명의 청중은 순식간에 노래 가사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포럼 현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했다.

이 노래는 학생들을 만나 게임과 관련해 나눈 상담을 토대로 방승호 교장이 직접 만들었다. 스스로 “게임의 게자도 모른다”고 소개한 방 교장은 대신 학생들과의 교감을 통해 게임 속 순기능인 ‘학습’과 ‘건강’ 코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들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제대로 하게 해주자는 생각에 피시방을 만들고 e스포츠학과를 개설했습니다. 33년 교직생활 중 이렇게 수업 태도가 좋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한 가지 일에 10시간 이상 집중하니 아이들의 일상과 인성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4회 게임문화포럼 내 패널토의에 참석한 방승호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 교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방 교장은 음악과 스포츠는 재능의 영역으로 인정받으면서도 게임만은 억압과 죄의식 속에서 해야 하는 학생들의 현실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게임 용어와 게임 방송 해설로 영어 교육을, 게임 화면의 좌표로 수학 교육을, 어떤 전략을 가지고 게임을 했는지 글쓰기 교육을 펼쳤다.

방 교장은 이후 리그오브레전드 전문팀도 만들었는데, 이곳을 통해 SK텔레콤(017670) T1에 입단한 ‘레오’ 선수를 비롯해 4명의 프로선수가 배출됐다.

방 교장은 “우리 학교가 박효신, 휘성 등을 배출한 곳으로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자존감이 가장 높았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게임을 하는 학생들의 자존감이 가장 높다. 게임은 학생들을 건강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꿈을 찾게 만들어준 도구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4회 게임문화포럼 내 패널토의에 참석한 김상도 대구부모교육연구소 소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함께 패널 토의에 참석한 김상도 대구부모교육연구소 소장은 게임을 ‘소통 코드’로 정의했다. 김 소장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 ‘배틀그라운드’라는 FPS(1인칭슈팅)게임을 시작, 지난해 전 세계 이용자 중 173위를 기록한 이력을 갖게 됐다.

김상도 소장은 “2년 전 강연에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허무함과 자기모순에 빠졌다”며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배틀그라운드를 시작했다. 이후 게임이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실천적이면서 정서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직접 강단의 화면을 통해 자신의 게임 순위를 인증하고, 그동안 상담해왔던 학생들의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흰머리 가득한 김 소장을 의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던 이들의 표정도 어느새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교감하고 공감하니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알게됐다. 자신을 알아주니까 그런 것이다. 만약 학생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게임 자체에서만 문제를 찾을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 사회적으로 복잡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4회 게임문화포럼 내 패널토의에 참석한 이동건 게임연구소 소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이번에는 이동건 게임연구소 소장이 나섰다. 그의 게임 경력은 40년, 지금도 게임 이용자다. 그는 “저는 게임 과몰입을 유도해야 하는 게임 개발자이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선 17살 첫째와 초4 둘째가 게임에 빠질까봐 걱정하는 아버지로 변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소장은 “부모들로부터 ‘왜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면서 “답은 간단하다. 인류가 만들어낸 유희 문화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은 또 소외당하지 않게 한다. 학교나 가정에선 12년 동안 대부분 아이가 칭찬이나 박수받을 일이 없다. 그런데 게임은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학교 시험을 봐서 50점 받으면 혼나고 위축된다. 게임에선 50점 받기 위해서 노력한 시간과 열정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보상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음악이나 스포츠, 또는 술처럼 게임을 세대를 막론하고 교감할 수 있는 ‘문화 코드’로 정의했다.

이날 패널 토의의 가장 명확한 메시지는 마지막에 나왔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여러분은 게임을 무슨 코드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게임을 직접 해보라”는 답이 나왔다.

김 교수는 “문화란 사회나 집단에 녹아있는 생활양식”이라면서 “텍스트만으로는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게임은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해보시면 그곳에 ‘질병 코드’가 있는지, 아니면 ‘소통·학습·문화 코드’가 존재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말에도 어렵게 시간을 내 자리를 채운 많은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형식적인 게임 과몰입 토론이 아닌, 실제 현장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4회 게임문화포럼 내 패널토의에 참석한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아한 배우들
  • 박살난 車
  • 천상의 목소리
  • 화사, 팬 서비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