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프랜차이즈가 한국 요식산업 망친 주범"

황교익 푸드칼럼니스트 인터뷰
  • 등록 2017-05-10 오전 6:01:00

    수정 2017-05-10 오전 6:01:00

황교익 칼럼니스트.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폐해는 음식의 다양성을 없애버린 것입니다. 음식에 대한 철학이나 애정은 없이 오직 돈을 목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니 전통을 잇는 식당을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황교익 푸드칼럼니스트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국내 요식업을 망친 원인으로 프랜차이즈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황 칼럼니스트는 “프랜차이즈는 국민들의 입맛을 획일화시켰다. 맵고, 짜고, 달고 그런 자극적인 맛으로 선택의 기회를 없애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가 성행하는 이유는 화려한 인테리어와 위생적인 운영관리 등이 큰 힘이 됐다. 80~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식당들은 위생관리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 바닥을 닦던 걸레로 테이블을 닦는 모습은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던 차 깔끔한 유니폼에 정형화된 서비스를 갖춘 프랜차이즈는 소비자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황 칼럼니스트는 “일제시대 이후 일본인들에 의해 국내에 현재 형태의 식당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한국인에 의해 외식업이 시작된 건 6.25 이후”라며 “먹고 살기 힘들 때 할 수 있는 게 집에서 맛있다고 하던 음식을 사람들에게 파는 것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식당 운영에 대한 지식이나 개념이 전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황교익 칼럼니스트. 사진=노진환 기자
프랜차이즈를 키운 데는 정부도 한몫했다. 황 칼럼니스트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시대를 지나며 전체주의가 사회 전체에 만연하게 됐다”며 “프랜차이즈 산업도 유신시대때부터 넘어온 전체주의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압축성장을 위해서는 관리의 효율성이 강조됐다. 수많은 자영업자를 일일이 관리하는 것보다 프랜차이즈를 활성화해 본사만 관리하는 게 정부 입장에서는 비용적이나 업무적으로도 훨씬 편한 일이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식당들도 문제는 많다고 지적한다. 황 칼럼니스트는 “술집을 가면 인테리어에 상관없이 모두 댄스음악을 틀고 밥집은 어딜가나 스댕 밥그릇으로 통일돼 있다”며 “개성을 잃은 식당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는 것 역시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황 칼럼니스트는 “이제는 프랜차이즈에 의존하는 외식산업을 바꿔야 할 때”라며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 요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문화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외식업계를 선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식당은 맛만 있는 식당이 아니다. 식재료와 식당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손님들에게 만족스러운 분위기를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식당이 그가 정의하는 ‘좋은 식당’이다.

황 칼럼니스트는 “식당을 운영하는 데도 엄격한 자격 기준이 있었으면 한다”며 “퇴직자들이 할 거 없어 도전하는 ‘밥장사’라는 타이틀을 탈피하고 선진화된 요식문화가 한국에서도 싹 틀 수 있길 기대해 본다”고 소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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