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7세대 ‘뉴 3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김누리 디자이너(사진=BMW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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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경기)=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1975년 출시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550만대 이상 판매한 BMW의 아이콘인 ‘뉴 3시리즈’의 내부 디자인을 총괄한 주인공은 BMW 그룹 디자이너 김누리(34) 씨다. 7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선보인 BMW 7세대 뉴 3시리즈가 한 번 더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손길을 거쳐서다. 김 디자이너는 BMW 그룹 소속 내부 인테리어 디자이너 중에서 최초 동양인이자 유일한 한국인으로 활약해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 양평에서 진행한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 행사’에 참석한 김 디자이너는 “3시리즈 프로젝트 경쟁 당시 BMW 인테리어 팀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자 아시아 사람이었다”며 “3시리즈는 BMW의 핵심 모델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상당히 까다로운 경쟁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 BMW 7세대 ‘뉴 3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김누리 디자이너(사진=BMW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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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디자이너가 BMW 뉴 3시리즈 실내 디자인 총괄을 맡기까지 과정은 치열했다. 2014년부터 5년여간 경쟁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했다. BMW 본사에서 인테리어 팀과 LA와 상하이 디자인 웍스 스튜디오 등 초기에 30명 디자이너가 경쟁에 참여했다. 스케치 형태로 디자인을 제출해 경합 끝에 4명을 선발했다. 이후 두 달간 컴퓨터로 디지털 모형화하는 작업을 거쳐 디자이너 2명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는 찰흙소재로 만드는 작업을 해 실제 크기로 차를 만들었다. 엔지니어팀, 인체 공학팀 등과 협업해 실제 양산할 수 있는 차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김 디자이너는 최종 BMW 실내 디자이너 1인으로 선발됐다.
김 디자이너는 최후의 1인 실내 디자이너로 선발될 수 있었던 비결에 관해 “열심히 한 것은 기본이고 BMW DNA(유전자)를 갖고 있으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게 목표였다”며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포인트가 회사에서 원하는 요구와 잘 맞았다”고 말했다.
| BMW 3시리즈 실내 디자인 변천사..위에서 왼쪽부터 7세대(2019), 6세대(2012), 5세대(2004), 4세대(1998), 3세대(1990), 2세대(1982) 순(사진=이소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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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7세대 뉴 3시리즈는 6세대에서 외관은 물론 내부에서도 확 바뀐 느낌이 들기에 충분하다. 김 디자이너는 ‘정밀함’과 ‘우아함’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BMW만의 디자인 언어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뉴 3시리즈 실내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앙 디스플레이가 계기판 위치로 내려오면서 하나로 연결된 듯한 모습이다. 김 디자이너는 “중앙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눈높이에 맞춰 설정해 보다 운전에 집중할 수 있고 차량과 운전자 간 더 나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며 “디스플레이가 계기판 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형상으로 ‘운전자 중심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곡선 형태로 생산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되지만, 3시리즈가 BMW의 핵심 차종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김 디자이너는 BMW와 만남은 ‘운명’이라고 했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포르츠하임 대학원 운송디자인학과 석사를 마쳤다. 이후 BMW 인턴십 과정 중 취직이 돼 2012년부터 지금까지 BMW 본사 인테리어 디자인 팀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다.
| BMW 7세대 ‘뉴 3시리즈’(사진=BMW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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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이너를 시작하게 된 것도 운명의 연속이었다. 예술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순수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조형까지 다양한 미술 공부를 했다. 이를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디자인은 운송수단이었는데 그중에서 단연 우주선이었다. 그는 “나사(NASA)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현재까지 우주선 디자인은 엔지니어들이 담당하는 부분이 컸다”며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탈 수 있는 운송수단에 대해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됐다”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우주선 디자인에 대한 꿈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실제 우주선을 디자인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영화 및 광고 콘셉트 디자인 회사에 잠깐 일하기도 했다”며 “미래에는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거고 자연스럽게 우주선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도 필요해질 텐데 그때 나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의 이력 속에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적용하려면 누구보다 자동차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취득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우아하게 밑그림을 그리며 꾸미는 정도의 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실상은 자동차 구조를 설계하는 엔지니어와 논쟁의 연속이다.
김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자격증이 꼭 필수로 요구되는 건 아니지만, 정비사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기본 지식은 아무래도 디자인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나 디자인 포인트를 피력하기 위해 논쟁할 때 기술적 지식을 기본적으로 아느냐, 모르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 BMW 7세대 ‘뉴 3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김누리 디자이너(사진=BMW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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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게임’에 비유한 그는 앞으로도 자동차 실내 디자인을 꾸준히 해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디자이너는 “자동차 외부 디자인은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본다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작은 제품이 모여서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일종의 ‘게임’ 같다”며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찾아내고 보완을 하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며 “디자인은 경력이 쌓이고 연차가 늘어난다고 해서 실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감각이 떨어질 수 있어 스스로 리프레시할 수 있는 디자이너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경험’과 ‘오픈마인드(열린 사고)’를 갖추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디자이너는 “한국에도 좋은 자동차 회사가 많지만, 규모나 숫자 면에서 사실 많은 부분이 한정돼 있어 자동차 디자인을 꿈꾸는 모두에게 기회가 갈 수가 없다”며 “외국에도 많은 기회가 있으니까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오픈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