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짓눌린 암호화폐 `최악의 11월`…1주일새 78兆 증발

[이정훈의 암호화폐 투데이]비트코인 한때 500만원 붕괴
리플 10% 낮은 400원대로…이더리움·비트코인캐시 급락
RSI `역대최저`에 일부 저가매수도…"회복에 시간 걸릴 듯"
美법무부, 테더·비트파이넥스 시세조작 의혹 조사 진행중
  • 등록 2018-11-21 오전 8:19:43

    수정 2018-11-21 오전 8:19:43

최근 나흘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그래픽=빗썸)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퍼렇게 물들고 있다. 뉴욕증시 급락과 잇단 규제 악재,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후폭풍에 큰손들의 매도공세까지 가세하며 시장이 공포감에 짓눌리고 있다. 시세가 정상화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21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3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10% 이상 하락한 509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장중 한때 400만원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달러 거래에서도 비트코인은 장중 13개월 보름여만에 처음으로 4100달러까지 내려갔다. 현재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11% 이상 하락하며 433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000달러와 5000달러라는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 붕괴 이후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11월에만 467% 급등했고 작년 53.8% 오르는 등 최근 6년간 11월중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올 11월에는 이미 30% 가까이 급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비트코인은 서서히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 최근 14일간을 기준으로 한 비트코인의 상대강도지수(RSI)는 10 이하로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RSI는 월레스 와일더가 개발한 보조지표로, 일정 기간동안 매수와 매도 강도의 추세를 보여줌으로써 시세 바닥과 천장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통상 가격 상승이 커 RSI가 70을 넘으면 과매수, 하락이 커 RSI가 30 아래로 내려가면 과매도로 판단한다. 이처럼 지표상으로 비트코인이 과매도 상태를 나타내자 비트파이넥스에서 비트코인 매수 포지션이 3만1719BTC를 기록하며 최근 석 달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알트코인도 동반 하락 중이다. 리플은 10% 이상 떨어지며 500원 턱걸이를 시도하고 있고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캐시도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도 1412억달러에 머물러 있다. 불과 1주일 전이던 지난 14일 2103억달러에서 691억달러(원화 약 77조9800억원)나 줄어든 셈이다.

이렇게 되자 시장에서는 향후 전망을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컴퓨터 보안분야 선구자이면서 암호화폐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존 맥카피는 “현재 사람들은 공포에 빠져 있다”며 “현재 약세장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겨울과 같아서 그 이후에 늘 봄날이 뒤따라 온다”고 말했다. 월가 최초의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를 설립한 대표적인 강세론자 톰 리도 이날 CNBC에 출연, “전세계 시장이 취약해지고 있고 공포심리가 불균형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무너지진 않을 것이며 실제 사용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공포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여전히 낙관했다.

그러나 BKCM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켈리는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이후 양 진영간 해시 전쟁이 아직도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양 진영은 채굴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비트코인을 내다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경험칙상 약세장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13~2015년 약세장에서 2013년 11월에 1163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5년 1월에 152달러까지 추락했다. 고점에서 저점까지 거의 86%나 하락했다. 당시 152달러를 기록한 뒤 횡보하던 비트코인이 다시 상승국면으로 돌아서는데 10개월이나 걸렸다.

한편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Tether)를 이용해 암호화폐 시세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미국 법무부(DOJ)가 테더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뉴스는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미 법무부는 테더와 비트파이넥스를 상대로 테더를 이용해 비트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 올렸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부적인 조사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혐의가 입증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의혹은 오래 전부터 공공연히 제기돼 왔었다. 올초 주식시장내 대표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당국 조사를 이끌어냈던 존 그리핀 텍사스대 금융학 교수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테더는 비트코인 가격을 안정시키고 조작하는 용도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핀 교수는 보고서에서 총 25억개에 이르는 테더 코인이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유입됐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지난해 엄청날 정도의 가격 상승세가 있었고 테더가 암호화폐 시세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결론 지었다. 이에 따르면 테더사(Tether Ltd.)는 한 번에 많게는 2억개씩 테더를 발행됐고 이렇게 발행된 새로운 테더 코인 대부분은 대형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로 옮겨진다. 비트파이넥스는 당시 세계 최대 거래량을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카리브해 지역에 본사를 두는 방식으로 규제의 칼날을 피해왔다. 이렇게 테더가 발행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때 비트파이넥스와 일부 다른 거래소에 보관된 테더는 비트코인을 구입하는데 사용돼 시세를 끌어 올렸다는 설명이다.

앞서 시장내에서도 이같은 의혹이 일었고 올 1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테더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법무부 조사는 CFTC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더 설립자이기도 한 얀 루도비쿠스 반 데르 벨데 비트파이넥스 최고경영자(CEO)는 “비트파이넥스와 테더 어느 쪽도 이같은 시장이나 가격 조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테더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에 따라 발행될 뿐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용도로 발행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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