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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투자자들의 거래활동에 대해 이자 형태로 보상을 제공하는 한편 가격이 급등하는 코인은 한시적으로 매매를 중단하는 안전장치를 둔 암호화폐 거래소가 등장했다. 대기업 출신들이 의기 투합해 만든 `퀀티(Quanty)` 거래소는 보수적으로 회사를 경영함으로써 장기적인 성장의 과실을 얻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 11일 퀀티라는 신규 암호화폐 거래소를 개설한 김성현 에이프릴컴스(APRILCOMES) 대표는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시장도 좋지 않아서 그런지 거래소 오픈 초기에 거래가 많진 않았다”면서 퀀티 거래소 운영방침과 향후 비전을 덤덤하게 밝혔다.
퀀티는 최근 득세하고 있는 보상형 거래소지만 거래소 토큰을 지급하는 대신 이자를 지급하는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퀀티 회원은 전월 거래실적에 따라 설정된 이자율을 본인이 가진 지갑 내 코인 또는 토큰 잔고에 적용해 지급 받는다. 최소 연 0.2%, 최대 3%로 시중은행 보통 예금금리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고객 자산 보호와 암호화폐 가격 급변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은 국내 거래소 중 첫 시도다.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변동성 완화장치(VI)가 그 것으로, 전일 종가대비 30% 또는 직전 체결가대비 6% 이상 가격이 급등락할 때 해당 암호화폐 거래 체결을 2분간 유예한 후 단일가 매매를 실행하도록 했다. 김 대표는 “특히 코인 상장 첫 날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VI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정가와 시장가 주문만을 제공하는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최우선, 최유리, 최우선유리 등 총 5종류의 주문유형을 제공해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거래도 13개 코인에 대해 원화 마켓은 물론 비트코인(BTC) 마켓, 이더리움(ETH) 마켓을 지원한다. 김 대표는 “특정인에게 집중된 코인을 배제하고 시가총액이 크면서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코인 위주로만 일단 거래를 제공한 뒤 향후 우리만의 색깔에 맞는 상장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퀀티는 개설 초기부터 마케팅과 고객 유치 등에서 속도를 내기 보다는 보수적이고 신중한 행보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거래소 오픈 전에 사전 등록도 받지 않았다”고 귀띔한 뒤 “창립 멤버들 대부분이 대기업 출신이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과거 네이버에서 소셜플랫폼 기획업무를 맡았고 SK플래닛에서 재직하며 MCN사업 기획과 신규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을 개발했었다. 권재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와 SK C&C를 거쳤고 조상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씽크프리코리아, 리얼네트웍스 아시아퍼시픽, 네이버, SK플래닛 등에서 일했다. 특히 모 코스닥 상장사가 주주로 참여한 것도 퀀티 거래소의 신중한 사업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의 성장성을 믿기 때문에 장기전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크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했다”는 김 대표는 “앞으로 거래소 모델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많은 거래소들이 지급결제를 준비하는 등 각 나라마다 그에 맞는 모델이 등장할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거래소 사업도 충분히 커질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