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 되는 미술이야기]미술품 구매, 그것이 알고 싶다(1)

1차, 2차, 그리고 3차 시장에 대하여
  • 등록 2019-02-16 오전 8:00:00

    수정 2019-02-16 오전 8:00:00

미술품에 투자하는 미술시장은 흔히 일부 선진국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계층과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시장 양상도 변화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최근 미술품에 대한 소액 부분 투자를 제공하는 ‘아트투게더’라는 서비스가 최근 문을 열고,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서비스 운영사인 투게더아트의 주송현 아트디렉터가 근래의 시장동향과 전망을 다룬 내용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다.<편집자 주> [아트투게더 주송현 아트디렉터] 미술품을 사고 소유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그 모든 이유 가운데서도 경제적인 이윤이 가장 매력적일 것이다. 값진 미술품을 찾아내어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한 후 향유의 기쁨과 함께 만족스러운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미술품 구매 방법, 그것이 알고 싶다.

대중화되는 미술품, 재조명되는 미술품 유통 경로

미술품은 외형적으론 인간의 의식세계를 표현한 예술작품이지만, 시장경제의 입장에서 보면 예술적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이해된다. 미술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의 구성 요소는 작품의 생산자인 작가와 구매자인 고객(소장자, 위탁자, 컬렉터)이 있고, 이들의 만남을 중개하는 화랑, 갤러리, 경매회사, 아트페어, 미술관, 박물관, 정부와 기업 등이 있다.

미술품의 유통시장은 보통 3단계로 구성된다. 작가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를 진행하는 1차 시장(Primary art market: Artist’s Studio Sales, Garage Sales, Flea Market), 사설 화랑이나 중개인들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2차 시장(Secondary art market: Secondhand Stores, Provincial Auctions, Small Antique Store), 그리고 국제적 경매가 이루어지는 3차 시장(Tertiary Art market)으로 나뉜다.

작가와 작품의 첫 만남: 1차 시장-갤러리

생산자인 화가에 의해 제작된 미술품이라는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1차 시장인 갤러리의 아트 딜러(Art Dealer) 혹은 개인 딜러일 경우에는 일반적인 도, 소매 중개인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예술을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감식안(그림 보는 눈)을 지녀야 한다.

아울러 미술의 새로운 흐름과 변화를 포착하는 능력, 혁신적이고 과감한 미술을 알아볼 수 있는 기민함을 갖춰야 한다. 결국 아트 딜러는 창작-향유-유통이 선순환하는 미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Cy Twombly와 그의 작품. 아트투게더 제공
유명 화가 뒤에는 늘 ’제 3의 예술가‘로 불리는 아트 딜러가 존재해왔다. 2004년 5월,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는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첫 번째 전시 작가로 사이 트윔블리(Cy Twombly, 1928~2011)를 선택했다. 당시 전시된 작품들은 칙칙하고 음산한 느낌의 두꺼운 선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해석이 난해한 추상회화 작품들이었다.

가고시안 갤러리의 직원들은 전시 오픈이 임박한 시점에 컬렉터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가고시안 갤러리의 사장인 래리 가고시언(Larry Gagosian, 1945~)이 이 작품을 추천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전화를 받은 고객은 모두 해당 작품을 샀는데, 그중 25%는 어떤 작품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작품을 구매했다고 한다.

당시 사이 트윔블리는 유명세가 없는 작가였고, 컬렉터들은 작품들을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1억 원 가까이 되는 작품을 선뜻 구입했을까? 답은 간명했다. 주식투자자들이 투자 전문가의 결정을 믿듯, 컬렉터들은 미술계의 슈퍼 파워 딜러인 래리 가고시안의 결정을 무조건 신뢰한 것이다. 이처럼 아트 딜러는 미술시장에서 상품인 미술품과 시장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아트마켓을 창조하며 한편으로는 미술계의 사업가이기도 하다.

갤러리의 자존심인 미술품으로 승부하는 생존 경쟁의 장: 2차 시장-아트페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유명 아트페어에는 갤러리 관계자와 작품을 사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경매회사 관계자, 유수의 컬렉터들이 모인다. 이들은 작품을 사고파는 것 외에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고급 정보를 교환하며 잠재 소비자를 발굴하기 위해 아트페어를 찾아 나선다.

1980년대 초반,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던 컬렉터들은 가격 면에서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돈만 있다면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경합을 통해 원하는 그림을 구매할 수 있는 경매회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점점 설 자리를 잃은 갤러리들은 백화점처럼 다양하고 유명한 작품들을 한 곳에서 보고 살 수 있는 아트페어를 주목했다.

아트페어가 정착되면서 컬렉터들은 갤러리나 경매회사를 찾는 것보다 아트페어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한 공간에서 양질의 작품들을 대량으로 감상할 수 있어 편리하고 부담스러운 경매 수수료가 없는 점, 비즈니스 측면에서 인맥을 형성하기에 유용한 점 등을 매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에 갤러리의 명성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 결국 미술품이기에 최상의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아트바젤 홍콩, 가고시안 갤러리 전시장 풍경. 아트투게더 제공
오늘날 전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아트페어들은 테파프(TEFAF), 아트바젤(Art Basel), 아트바젤 마이애미(Art Basel Miami), 프리즈(Frieze Art Fair) 등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 미술시장을 이끄는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ongkong)은 2016년 당시 매출액 3조 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42개의 전시자 중 절반이 아시아와 아시아 · 태평양 지역 출신이며, 세계 각지의 주요 갤러리, 컬렉터들이 참여하는 메이저 아트페어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79년 미술 장터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40개를 돌파했다. 2018년도 한 해 동안 운영된 아트페어만 47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아트페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초창기 아트페어는 그림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3차원의 조형물 아트페어를 비롯해 호텔 아트페어, 중저가 아트페어, 작가 주도 군집형 미술 장터, 공예 및 디자인 전문 아트페어 등 다양한 주제로 아트페어가 개최된다.

아트투게더 제공
이상의 내용과 같이 대중을 위한 문화적 · 사회적 공간이라는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1, 2차 시장은 작가와 딜러, 컬렉터가 직접 만나는 곳이다. 따라서 작가의 열정과 미술품에 담긴 예술적 가치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반면에 미술품의 가격 형성과 유통 경로가 음성화되어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공개적인 유통구조를 형성하고 작품의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는 미술경매회사가 이들과 함께 미술시장의3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경매의 꽃이라고 불리는 미술품 경매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투게더아트 주송현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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