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며 관계부처에 대응방안 모색을 지시한 뒤 이뤄진 것이다.
회의에서는 형법상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상 불법정보 유통 조항 같은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수사 강화뿐 아니라 입법조치 계획도 논의됐다. 독일 등 선진국들의 규제 움직임을 참고해 우리나라식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비공개 간담회 이후 차관회의, 관계부처 장관회의, 당정협의 등을 거쳐 강력한 가짜뉴스방지 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짜뉴스 대책단장을 맡은 박광온 최고위원 보좌관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 4월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을 발의한 바 있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박광온 최고위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해당 법안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가짜뉴스 처리 업무 담당자를 채용하고, 명백히 위법한 가짜뉴스를 24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어기면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의 100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규제해야 할 가짜뉴스는 △언론중재위원회 △법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라고 판단한 정보들로 제한했다.
이 총리도 2일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정부와 민간이 가짜뉴스를 없애려고 노력했으나, 노력은 미흡했고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입법적 불비를 언급하며 강한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전문가들, 유튜브 규제 어렵고 표현의 자유 침해가능성
그러나 박광온 법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국내 인터넷 기업만 규제대상이 될 뿐 유튜브는 적용하기 어려워 역차별 규제가 될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3월 신경민·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가짜뉴스 혐오·차별표현 댓글조작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발제를 맡은 김유향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팀장은 “선거를 전후로 가짜뉴스가 세계적으로 이슈화됐지만 직접 규제하거나 처벌하는 국가는 찾기 어렵고 기업이 자체 대응방안을 마련하거나 민간의 팩트체크 기관 역할이 커지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짜뉴스방지법의 예로 드는 독일법에 대해서도 “선거를 앞두고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엄밀히 보면 가짜뉴스 대응법이라기보다는 가짜뉴스를 비롯한 각종 혐오·증오 발언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김 팀장은 “이러한 법률들은 해외사업자에게 적용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내선 역차별 이슈가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도 가짜뉴스 방지가 지나친 처벌주의, 규제주의적인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권과 규제당국은 단기적인 강제와 규제논리에서 벗어나 인터넷 공론장을 유지하고 정책 진흥과 규제를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