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전세금 반환과 관련한 갈등이 잦아지자 근심에 빠진 세입자들이 앞다퉈 법률 자문을 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는 작년부터 매매·전세가격이 떨어진 지방을 중심으로만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지난달부터 서울 전셋값도 약세로 돌아선 만큼 향후 서울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전세금 반환 다툼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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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동산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세가격이 하락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금 반환과 관련한 갈등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2년 전인 2016년 2월과 비교해 전국에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경남 거제시(-17.44%)다. 구미(-10.22%)·창원(-8.26%)·포항(-5.23%) 등 경상권 주요 도시들로 전세가격 낙폭도 크다. 같은 기간 경기·충청권에서는 천안(-6.42%)·아산(-5.11%) 등지의 전셋값 하락이 두드러졌다.
특히 지방 같은 경우는 매매가와 전세가 갭(차이)이 2000만~3000만원에 불과한 지역이 많아 최근 몇년간 다수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내는 것)가 이뤄졌는데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차계약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매매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집을 팔아도 전세금 반환이 불가능한 이른바 ‘깡통전세’ 사례까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A씨는 시세 2억원 짜리 집에 전세보증금 1억 8500만원을 주고 입주했는데 이후 매매가가 떨어져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에는 집값이 1억 8000만원이 됐다. 갭투자로 이 집을 구입했던 B씨는 새 세입자를 구하지 않고서는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전셋값도 동반 하락하는 바람에 새 세입자 C씨와는 전세보증금 1억 7000만원에 계약하기로 했다. 결국 B씨는 15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A씨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B씨가 이같은 갭투자를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했다면 일부 세입자는 전세금 반환 지연 등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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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과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 갈등은 처음에 상호협의를 통해 실마리를 찾지만 집주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돈을 돌려받는 처지인 세입자 입장에서는 소송이 진행돼야 비로소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임대차계약 만료 후 주택을 ‘인도’(주택 내부의 짐을 모두 정리하고 열쇠를 넘겨줘 주택에 대한 권리행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표시하는 행위)해야만 전세금 미반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세입자가 해당 주택을 집주인에게 그냥 인도하면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기 때문에 반드시 ‘임차권등기’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변제권 상실시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충분한 배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택 인도가 이뤄지면 세입자는 새집을 구하기 위해 받은 대출의 5%에 해당하는 이자를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아 소 제기가 이뤄질 경우 세입자는 15%의 대출이자 청구가 가능하다. 집주인이 이자 지급을 회피하면 법원 판결에 따라 경매 및 채권 압류 등 강제집행할 수 있다.
엄정숙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 대표번호사는 “최근 몇년새 갭투자하는 임대인(집주인)이 많아지면서 전셋값 하락장에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에서도 전세가격 하락이 장기화하면 이같은 갈등이 더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금 반환 갈등 발생 전이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지난 2월1일부터 집주인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가입이 가능해진데다 보증 가입 대상 보증금 한도도 상향(수도권 5억→7억, 지방 4억→5억)돼 더 많은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게 됐다.
HUG 관계자는 “상품 출시 초기에는 보증금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전세계약 종료 후 후속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아 이사 시기를 놓친 경험을 한 세입자의 가입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지난달에는 사상 최대 수준인 6420건이 신규 가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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