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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근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당초 디지털세는 유럽에서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의 조세회피를 막자는 취지로 논의됐다. 2018년 국감 때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내는 법인세가 ‘쥐꼬리’ 수준이라며 구글세 도입 입법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여당의 기류가 신중론으로 바뀌었다. 글로벌 IT기업이 많은 미국이 제조업체에도 디지털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은 탓이다. 이 이사장은 “주요 IT·제조업 수출기업이 있는 우리는 유럽과 미국 중에 누가 이기든 피해를 입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미 프랑스는 단기적 디지털세인 ‘디지털 서비스세’를 추진 중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도 도입 예정이다. 이들 국가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장기적인 방향을 담은 디지털세의 최종안 논의도 속도가 붙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디지털 서비스세 부과를 1년 간 유예하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의 디지털세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OECD 등 13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인 ‘벱스(BEPS) 이행체계’는 이달 29~30일 열리는 총회에서 디지털세 기본 골격(초안)을 합의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올해 12월까지 보고서 형태의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이사장은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현대차(005380), 네이버(035420)를 비롯해 IT·온라인 광고·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게임 업계의 세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크다. 법인세가 해외 국가로 빠져나가 국가재정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장·단기 대책을 만들고 일본 등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나라들이 국제사회에서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달 총회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각국은 이번 총회에서 큰 틀의 디지털세 방향을 합의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기는 힘들다. 각국에 과세권을 얼마나 어떻게 배분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게 너무 많다. 예를 들어 다국적 기억의 글로벌 이익 중 통상적인 이익 및 이익률을 얼마로 볼지, 통상적인 이익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어떻게 얼마나 배분할지 등 구체적인 수치가 모두 미정인 상태다. 따라서 이번 총회에선 미국이 제안한 ‘세이프하버’(안전한 피난처 체제·Safe-harbor regime)가 수용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세이프하버 체제가 무엇인가
-유럽 국가들이 세이프하버를 수용할까
△1월 총회에선 ‘세이프하버는 나중에 보자’, ‘디지털세 논의부터 계속 진전시키자’는 유보적인 반응을 보일 거다. 유럽 국가들이 주축이 된 OECD는 디지털세 논의의 판을 깨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세이프하버를 당장 거부하면 미국이 판을 깨고 나갈 수 있다.
-미국이 판을 깨고 나갈 가능성은 없나
△미국은 디지털세가 구체적으로 만들어질 때까지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판을 깨고 가면 부담이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런던총회에서 미국의 국제 담당 차관보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그는 ‘미국의 IT 기업에 디지털세를 과세하겠다고 하는 나라가 23개국이나 된다. 23개국과 일일이 싸우려고 하니 전선이 넓어져 골치 아프다’고 했다. 미국은 ‘디지털세 논의를 피할 수 없으니 논의에 참여해 유리한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차선책으로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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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에 최종안을 내는 게 진짜 어렵다. 올해는 틀을 짜는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내년부터 구체적인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공약수를 찾은 구체적 협의가 계속될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구체적으로 논의할수록 국가별 유불리가 나뉘기 때문에 주고받기 싸움이 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처럼 뜨거울 것이다.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는 안심해도 되나
△그렇지 않다. 논의 중인 ‘장기적인 디지털세’ 최종안이 나오지 않더라도 ‘단기적인 디지털세’인 디지털 서비스세가 조만간 부과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이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들은 ‘최종안이 합의되면 환급해 줄 수 있으니 일단 디지털 서비스세부터 내라’는 입장이다. 기업 입장에선 프랑스 등 이들 국가에도 세금을 내야 해 ‘이중과세’ 부담을 지게 된다.
-어느 기업의 세 부담이 커지게 되나
장기적인 디지털세의 경우 최종안을 봐야 한다. 미국은 IT기업뿐 아니라 무형의 자산을 생산하는 업체에도 디지털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가 있는 와인, 명품 등 일반 상품도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된다. 글로벌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의 과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국가 재정에도 영향이 있나
△그렇다. 장기적인 디지털세 최종안이 나오면 국가별 과세 배분이 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국내에 납부하던 법인세 일부가 해외 국가로 빠져나갈 수 있다. 우리가 얼마나 손실을 볼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굵직한 IT·제조업 기업을 가진 우리는 장·단기 디지털세에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단기·장기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단기적으론 기업에게 디지털 서비스세를 모두 떠안게 할지, 재정 지원을 통해 흡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이 세 부담을 모두 떠안으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단기적 재정 지원을 하려면 특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장기적 대응으로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다른 나라와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 이해관계가 비슷해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처럼 IT가 발달한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도 비슷한 사정이다. 이들 나라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글로벌 논의에 적극 참여해 우리에게 유리한 국제적 룰을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서비스세=프랑스,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이르면 올해부터 글로벌 IT기업을 대상으로 과세를 하는 방식이다. 전세계적 단일안이 나오기 전에 시행되는 ‘단기적 디지털세’ 성격이다.
※디지털세=IT, 제조업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무형 자산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과세하는 방식이다. OECD 등 13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벱스 이행체계)가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무형 자산의 범위, 과세 방식·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장기적 디지털세’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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