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순 소장은 지난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구(舊) 소련이 멸망하자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위해 1991년 10월 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논의했다. 그 결정사항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통해 통과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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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북한은) 미국과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고 관계정상화 해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 협력을 통해 경제를 살려낸다는 그림을 그렸다”며 “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협상을 하려면 북한도 뭔가 줘야 하는데, 그것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주한미군 주둔을 비공식적으로 용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김정은 위원장이 진행하고 있는 대미 협상이 5번째 시도이고, 이는 21세기 북한의 생존과 발전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미국이 협상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되는 카드, 특히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개발 방향으로 간다는 걸 보여주면서 미국에 (협상을) 압박했다”고 봤다.
백 소장은 또 김 위원장이 전통적인 체제에서의 수령의 정체성과 함께 스위스 유학으로 체득한 국제적인 감각, 2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10대 시절의 4년을 보내면서 북하의 경제적·정치적 후진성을 잘 알고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인식하고 있다”며 “조건만 맞으면 이런 정체성이 발현될 수 있을텐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미, 북·중, 남·북 정상회담이 그런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외국 자본을 받아들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농업·공업 분야의 구조적 개혁 조치를 단행한 것도 선대와 다른 ‘자신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와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백 소장은 미국이 지금과 같이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을 고집한다면 북한은 결국 협상을 중단하고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리비아식 조건을 완화시키지 않으면 북한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 된다면 북한도 (협상을) 스톱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