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비핵화 협상 나선 北…"美 끌어들여 확실하게 주고받기 하겠단 것"

백학순 세종연구소장 인터뷰
“北, 21세기 ‘생존전략’으로 美 끌어들여 中 대항력으로 이용”
“北, 다섯번째 시도 나서…美 리비아식 조건 완화해야 北 수용할 것”
  • 등록 2019-04-09 오전 7:00:00

    수정 2019-04-09 오전 7:00: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은 북한 비핵화 협상은 북한이 처한 지정학적,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중국에 대한 대항력으로 미국을 개입시키는 ‘균형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학순 소장은 지난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구(舊) 소련이 멸망하자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위해 1991년 10월 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논의했다. 그 결정사항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통해 통과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은 지난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미 협상 전략을 북한의 생존을 위한 ‘균형 잡기’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중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들을 상대로 균형 정책을 쓰며 경쟁적으로 이익을 취하던 북한이 소련이 망하자 중국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개입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고 관계정상화 해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 협력을 통해 경제를 살려낸다는 그림을 그렸다”며 “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협상을 하려면 북한도 뭔가 줘야 하는데, 그것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주한미군 주둔을 비공식적으로 용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소장은 이같은 내용이 북한의 대미 협상 전략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한 이행 노력이 4차례 있었다고 덧붙였다. △1992년 1월 최고위급인 김용순 당시 국제담당 비서를 뉴욕으로 보내 개최한 북·미 고위급회담 △1차 핵위기 이후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2차 핵위기에 따른 2005년 9·19 공동성명 △2013년 6월 16일 비핵화를 선언한 북한 국방위원회 중대 담화가 그것이다.

그는 “현재 김정은 위원장이 진행하고 있는 대미 협상이 5번째 시도이고, 이는 21세기 북한의 생존과 발전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미국이 협상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되는 카드, 특히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개발 방향으로 간다는 걸 보여주면서 미국에 (협상을) 압박했다”고 봤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번에 미국을 끌어들여서 확실하게 주고받기를 한번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제대로 되면 비핵화에 동의하고 완전한 비핵화하면서 전쟁 끝내고 평화협정, 관계 정상화, 경제 살리기를 하나의 패키지로 달성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백 소장은 또 김 위원장이 전통적인 체제에서의 수령의 정체성과 함께 스위스 유학으로 체득한 국제적인 감각, 2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10대 시절의 4년을 보내면서 북하의 경제적·정치적 후진성을 잘 알고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인식하고 있다”며 “조건만 맞으면 이런 정체성이 발현될 수 있을텐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미, 북·중, 남·북 정상회담이 그런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외국 자본을 받아들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농업·공업 분야의 구조적 개혁 조치를 단행한 것도 선대와 다른 ‘자신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와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백 소장은 미국이 지금과 같이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을 고집한다면 북한은 결국 협상을 중단하고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리비아식 조건을 완화시키지 않으면 북한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 된다면 북한도 (협상을) 스톱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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