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양대 항공사 공교롭게 ‘오너 공백’ 상황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 모두 수장 공백 상태에 놓였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예상치 못한 별세로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체제로 빠르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이끌었던 2세 경영이 막을 내리고 3세 경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아시아나도 전날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매각을 공식 결정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의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박삼구 회장의 영구퇴진 등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시했으나 결국 퇴짜를 맞은 바 있다. 금호산업은 채권단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아시아나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로써 아시아나는 기존 박삼구 회장을 대체할 새로운 수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불어닥친 강풍에 항공업계 전체에 큰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업계에 판도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자금난에 시달리며 리스한 비행기를 중심으로 어렵사리 항공사업을 끌어온 만큼 SK나 한화, CJ 등 능력있는 기업에 인수될 경우 한단계 점프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새로운 대결구도가 형성되며 국내 항공업계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계열사인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이 아시아나와 ‘3사 통매각’이 아닌 분리매각될 경우 기존의 제주항공 등 LCC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눙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호측은 ‘3사 통매각’이 원칙이지만 인수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별도 협의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럴 경우 LCC 시장이 자연스럽게 재편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시장도 발빠르게 반응했다.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8일 한진칼 주가는 20% 넘게 올랐다. 아시아나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5일 전 거래일보다 30% 올랐으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IDT 등의 주가도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대한항공 경영권 안정이 늦어지고 아시아나 매각이 지체될 경우 LCC업계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의 연구원은 “저비용항공사 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빅2가 지금의 어려움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LCC에게 기회”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