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완판에 전시장은 긴 줄"...RM이 다녀가면 대박난다

안규철 '사물의 뒷모습' 추천 하루만에 완판
"중쇄 들어갔지만 급증하는 판매량 못 따라가"
RM 추천 전시보러 전국서 몰리기도
"전시 성공하려면 RM 들러야" 우스개 소리도
  • 등록 2021-06-01 오전 6:00:00

    수정 2021-06-0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술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여전한 ‘RM 효과’를 과시했다.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RM은 평소 국내외 다양한 전시를 관람하거나, 관련 책을 읽은 후 팬들에게 SNS로 공유한다. 팬들 사이에서는 RM이 다녀간 미술관 및 공유한 책을 똑같이 따라가고 읽는 ‘RM투어’가 유행이다. 미술계에서는 “전시가 성공하려면 RM이 들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다.

그룹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자신의 SNS에 안규철 작가의 책 ‘사물의 뒷모습’ 중 ‘식물의 시간’ 글을 공유했다.
지난 28일 새벽 RM은 책 두 장을 찍어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올렸다. RM이 공유한 글은 ‘개념 미술가’ 안규철 작가의 책 ‘사물의 뒷모습’(현대문학) 중 ‘식물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이 담긴 부분이다. ‘내 속에 숨어있는 식물의 시간을 깨우는 새해가 되기를 겨울나무들 앞에서 소망해본다’는 문구가 적힌 글은 추운 겨울을 견디는 나무들을 보며 얻은 깨달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책은 사물 또는 현상의 보이는 것 이외의 뒷모습에 주목해온 안 작가가 작품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2014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과 그림 69편을 엮어낸 것이다. “글은 제 아이디어 창고”라고 출간 이유를 밝힌 안 작가는 동명의 전시를 오는 7월 4일까지 부산 국제 갤러리에서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3월 출간된 책은 RM이 내용을 공유하자마자 전국 온·오프라인에서 완판됐다. 31일 현재 교보문고와 예스24에는 책이 온·오프라인 전부 매진돼 ‘6월 2일 재입고 예정’이라는 알림이 떠 있는 상황이다. 출판사는 밀려오는 주문에 당일 바로 책 중쇄에 들어갔다. 온라인에는 “동영상에 빠진 세상에서 책을 손에 들게 만든 RM의 영향력” “요즘 읽을 책을 찾고 있었는데 RM이 위버스에 올린 거 보고 바로 구매했다” 등의 후기가 올라와 있다. 현대문학 관계자는 “28일 새벽 RM이 책을 공유하고 5분 만에 트위터에서 책 관련 글이 수천 건 올라왔고, 다음날 바로 책이 전부 매진됐다”며 “책을 서둘러 더 찍고 있지만, 급증하는 판매량을 따라갈 수가 없어 구매를 못한 독자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RM이 미술 관련 도서에 관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RM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술책 보급 등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RM은 “미술 관람 기회가 적은 산간벽지의 청소년들도 도록 등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이유를 밝혀 미술계의 찬사를 받았다.

그룹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방탄소년단 공식 SNS에 충북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거장, 중원을 거닐다’에 방문한 인증 사진을 올렸다.(사진=방탄소년단 트위터 캡처)
미술관도 여전히 ‘RM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27일 RM은 충북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거장, 중원을 거닐다’의 사진을 ‘버터풀 데이스(Butterful days)’라는 문구와 함께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에 업로드했다. RM이 올린 글을 보고 지난 주말 전시를 다녀왔다는 한 팬은 “RM에게 좋은 전시 많이 와서 보라고 초대받은 기분”이라는 관람 후기를 자신의 SNS에 남기기도 했다.

미술관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열린 근현대미술전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로 오는 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복진, 김주경, 정창섭 등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12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평소 RM이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단색화가 윤형근 화백의 작품도 포함됐다. 앞서 RM은 윤 화백의 지난해 이탈리아 포르투니미술관 전시에 이어 지난 1월 열린 미국 데이비드즈워너갤러리 전시와 4월 서울 PKM갤러리 전시까지 연달아 관람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스페이스K서울에서 지난 27일까지 열린 미국 작가 헤르난 바스의 ‘모험, 나의 선택’ 전도 RM 덕분에 성황리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지난 2월 개막한 전시는 RM이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며 화제가 됐다. 전시 개막 일주일만에 1만 명 넘게 다녀간 전시는 매주 주말에 전시를 찾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스페이스K서울 관계자는 “마곡지구는 회사가 많아 평소 주말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인데, 이번 전시는 전국에서 온 관람객들로 특히 사람이 많았다”며 “RM의 영향력을 새삼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SNS에 방문 인증을 남긴 충북 청주시립미술관 특별전 ‘거장, 중원을 거닐다’에 걸린 윤형근 화백의 ‘다색 80-80’(사진=청주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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