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허용' 리얼돌 대중화 시대 올까… "가격안정에 시장 커질 것"

대법 '수입불허' 인천세관 패소 판결 확정
업계, 수입 자유화에 시장확대 기대
관련법 없어 국내 제작 업체도 영업
  • 등록 2019-06-22 오전 7:50:00

    수정 2019-06-22 오전 7:50:00

2108년 2월 중국 다롄 소재 리얼돌 제작 업체 ‘EXDOLL’ 에서 엔지니어가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리얼돌이 대중화되는 시대가 올까. 지난주 대법원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의 수입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13일 대법원은 한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리얼돌 수입을 불허한 피고 상고를 기각했다.

인천세관은 2017년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수입통관을 보류한 바 있다. 이후 소송이 제기되자 1심 재판부는 세관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성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 이는 개인의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세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 대법원에서도 2심 판결을 인정함에 따라 세관이 자체 기준으로 리얼돌 수입을 불허하던 것이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리얼돌 수입과 국내 유통에 대한 제한은 사라졌다.

이번 판결은 국내에 리얼돌 제작과 관련된 법이 존재하지 않는 점과도 연관돼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 리얼돌을 국내에서 제작한 업체가 확인돼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수입은 불허하면서도 국내 제작은 관련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국이 단속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자 형평성 문제가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리얼돌 유통에 대한 제한이 해제되면서 관련 논란도 사라지게 됐다. 또 미국이나 유럽연합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도 리얼돌의 수입·생산·판매를 금지하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 점, 대법원에서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리얼돌 유통에 대한 별도 규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성인용품 판매업계는 당연히 이번 판결을 반기고 있다. 이전까지 세관 통관을 위해 리얼돌이 아닌 실리콘 구조물, 마네킹 등으로 신고를 해 처벌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식 수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더 낮은 가격에 리얼돌을 국내에 공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수요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영업을 하고 있는 국내 제작 업체 홈페이지는 가입자만 5000명이 넘고 후기도 수시로 등록되고 있다. 리얼돌이 반음성적인 형태로 유통되는 지금도 상당한 수요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 기대대로 앞으로 리얼돌 시장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의 혼인율이 크게 떨어지고 독신 남성이 늘어나는 인구학적 상황도 이에 부합한다.

공급 측면에서도 한국은 리얼돌 유통이 유리한 상황이다. 가까운 중국이 최대 리얼돌 생산기지인 까닭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리얼돌은 품질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미국이나 일본 제작품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 활성화가 되더라도 국내에서 논란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인체를 가장 극단적으로 모방한 리얼돌 유통이야말로 성상품화와 관련해 격렬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인 까닭이다. 당장 세관 판단이 옳았다고 봤던 1심 재판부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특정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고 판시해 리얼돌 제작과 관련한 인간 존엄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당국이 규제에 나서는 상황이 올 여지도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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