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청소년극은 유치하거나 교훈 일색일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국립극단 청소년극이 그렇다. 극단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청소년극을 이끌어온 곳은 바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이하 연구소). 지난 2일로 개소 10주년을 맞았다.
|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개소 10주년을 맞아 오는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다시 선보이는 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콘셉트 이미지(사진=국립극단) |
|
이를 기념해 국립극단은 연구소 개소작으로 2011년 초연한 연극 ‘소년이 그랬다’를 오는 21일부터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 다시 올린다. 국립극단 청소년극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관객과 함께 모색하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한다.
최근 국립극단에서 만난 김성제 연구소장은 “청소년극 불모지였던 한국 연극계가 국립극단 청소년극을 통해 그 저변이 넓어졌다”고 10주년의 의미를 돌아봤다. 그는 “연구소 개소 10주년을 거창하게 기념하기보다 지난 10년간 국립극단 청소년극이 연극계에 만들어온 변화를 돌아보고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가는데 올해 사업의 역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2010년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뒤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창단을 목표로 시작됐다. 2017년 아동극을 주로 만들어온 극단 성시어터라인의 김성제 대표가 연구소장을 맡으면서 극단 내 별도 조직으로 꾸려져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10년간 국립극단이 정식 공연으로 제작한 청소년극은 총 18편. 그 면면을 보면 청소년극의 변천사가 잘 드러난다. 초창기에는 주로 외국 작품을 번역한 공연이 많았지만, 현재는 연극계 대표 창작진이 어린이·청소년들과의 워크숍을 거쳐 제작하는 창작극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장르도 전통적인 연극은 물론 무용, 음악 등 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초창기에는 청소년극도 퀄리티가 낮지 않다는 걸 알리기 위해 번역극이 많았지만, 2012년 박근형 연출이 ‘빨간버스’를 연출하면서 연극계가 청소년극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며 “새로운 형식을 찾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하면서 청소년극 자체가 풍성해졌다”고 평가했다.
|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10대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뤄 2017년 초연한 연극 ‘좋아하고 있어’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
|
청소년극이지만 미혼모 문제, 성 정체성, 청소년 노동자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것도 특징이다. 청소년에 대한 보다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다. 21일 개막하는 ‘소년이 그랬다’는 촉법소년의 문제를 다룬다. 김 연구소장은 “과감한 소재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관객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며 “국립극단 청소년극은 청소년과 함께 고민할 문제를 청소년과 성인 관객 모두에게 던지고 있고, 관객도 그 질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개소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관객과 함께 돌아보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한다. 다음달 5~13일에는 소극장 판에서 10주년 관객 참여 전시 ‘Y가 X에게’를 개최한다. 10년을 돌아보는 ‘이야기판’도 총 세 차례에 걸쳐 준비해 다음달 5일 그 첫 행사를 선보인다.
김 연구소장은 “청소년극을 좋아하는 관객들로부터 재공연 요청도 많이 받고 있지만, 적은 연구소 인원과 부족한 예산 등으로 그런 요청을 충족시키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다”며 “앞으로는 지역 청소년과 예술가, 나아가 동아시아 청소년과의 만남을 모색하며 청소년극의 저변을 꾸준히 넓혀가고자 한다”고 말했다.